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던 탓에, 어려서부터 상을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심지어 그 흔한 개근상 한 번 타는 것도 큰 기쁨이었으니 오죽했을까.

학생 신분에 열심히도 뛰어다닌 반항심(?)을 윗분들께서 가상하게 여기셨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서울시장상 수상자로 결정이 났더랬다. 아이고 가문의 영광! 그런데 그마저도 고교 서클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괜히 어른 흉내낸답시고 학교앞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씩 돌렸다가 경찰 급습! 다음날 엉덩이가 부르트도록 빠따만 맞고 수상은 취소되고 만다.

이렇게 상과는 정말~ 인연이 없는 내가 엊그제 처음으로 상이란걸 받아 봤다.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건 사실 I don't care. 어쨌든 연말에 상이란걸 받는다는건 '아무도 몰라주는 듯한' 노력에 대한 쓸데없는 보상심리를 어느 정도 충족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아, 인간의 이 간사함이란!

오늘 상 이야기를 꺼낸건 다른 것보다 내 표정이 너무 웃겨서이다. 상 처음 받아 보는거 티내는 것처럼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이걸 보며 한참을 웃었다. 공식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에는 그나마 나은 것들만 골라 올렸고.

다음번 상을 탈 때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진들을 올릴 수 있기를 빌어본다.

- 이상, 동료들이 잘해서 상 한 번 받아본, 본인 능력으론 여간해서 상 받기 어려운 사람의 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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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랫 사진은 좀 편해 보인다. 이 사진은 공식 블로그엔 올라가지 않았지만, 함께한 두 분은 오마이뉴스 분들이다. 왼쪽부터 조진철 대리님과 이병한 차장님. 오마이뉴스 2.0 으로 이번 웹어워드 인터넷언론 분야 대상을 수상하셨다. 위자드웍스도 오마이뉴스 2.0의 한 축이 된 오마이뉴스 I(개인화서비스)에 위자드닷컴 플랫폼을 공급했으니 작게나마 일조한 것 아닌가!

올 초 부터 뵜던 두 분과 오래간만에 함께 앉아 식사하며 회포를 풀었다. 양사 모두 2.0을 준비하던 어려운 과정을 서로 지켜봐 왔기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롭다.

"결국 올해는 남은게 이 상 하나네요."
이 차장님 농담에 나도 모르게 절로 맞장구를 쳤다.

약간은 씁쓸한 마음에, 역설적으로 힘이 더 불끈 솟는다. 아직 바꿔 놓을 것들이 정말 많은 현실이 젊은 우리들에게 "내게 한 번 도전해봐"하며 인자한 미소를 보내고 있으니.

나는 지금껏 여기가 전쟁터인지 몰랐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국지전과 게릴라전, 아주 다양한 유형의 전투가 일어나는 장기전. 언제 시작된지도, 끝도 기약도 없는 영원한 전쟁터.

홀로 거기서 전투를 하려고 했다. 갑자기 전장에 뛰어 들어 화려한 폭탄 좀 터뜨리고 좀 튀면 되는줄 알았다. 지난 한 해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배움이라면 이제야 이곳이 몇몇 이들의 전투장이 아닌, 베테랑 장수와 능력있는 전우들이 엄청나게 존재하는 큰 전쟁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때로는 모든 전우가 죽을 힘을 다해 전면전을 벌이다가도, 때로는 군량을 아끼며 끝없이 침전해야만 하는 곳. 이 작은 배움 하나가 우리의 자세를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언제나 전면전만이 능사라 믿었던 한 작은 전투장의 무능한 장수에게는 특히나.

이것이 바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유,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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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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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사람이 없어서 걱정하던 때는 있어도, 요사이 며칠간은 쏟아지는 접속량에 서버가
감당을 못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행복한 고민'이라 부르는 분도 있으시고.

아무래도 시작페이지가 느려진다는게 말이 안되는지라, 우리 멤버들 또 고생 꽤나 해야겠구나 싶다.
한 가지 고민거리가 끝나면 정말 단 하루의 쉴 틈도 없이, 새로운 일이 나타나 우리를 담금질한다.

어쨌든 이번 주는 서버 증설과 최적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
(큰 형과 같은 마음으로) 작은 벤처에 깡통 좀 팍팍 밀어주실 곳,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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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블로그 ID - lovesome927 님)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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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보면 전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치워 놓을 수는 없는, 그런 좀 사소한 문제-그럼에도 그런건 막상 잡으면 꼭 잘 풀리지 않는다-로 고민해야 하는 그런 날이 있다.

모두들 황당해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론 너털 웃음이 나는 날. 오늘이 딱 그런 밤이다.

그럼에도 일요일밤을 한소리 투덜거림 없이 자발적으로 지새우고 있는 이들의 시간, 조만간 또 어느 가장자리 추억이 될 그들의 그 허탈했던 밤을 기록으로 남겨 주고 싶어서..

한달 전쯤인가?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대학 방송국에 있을 때 작품을 만든답시고 추운 겨울 장비를 이고 하늘공원에 몇 번이나 오를 때였는데, 추워서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는데 나는 사진 찍는다고 돌아 다녀서 순간 너무나 짜증이 났었더란다.

그 때 내가 "이 모든게 추억이 된다"는 양의 이야기를 했던 모양인데, 몇 년 뒤 정말 그 때 그 사진들을 들추어 보니 그렇게 아련할 수가 없더란다. 사진 속 장면은 물론 그 때 우리의 대화나 짜증이 난 그 상황들까지도 전부 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시간의 기록을 너무나 사랑한다. 내 기억력이 심하게 나쁜 탓에 언제부턴가 시공간의 한 장면을 사진 한 장으로 고이 접어 먼 훗날의 나에게 보내 놓는 일이 익숙해졌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처음으로 세상 걸음마를 시작하던 나와 나의 동료들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나는 돌아보고픈 나의 시공간을 제대로 펼쳐볼 수가 없다. 그런 연유로 위자드웍스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기록을 위한 작업이었다.

사진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많이 남겨 놓았다. "B2B 고객사 성능 향상을 위해 어떤 로직을 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가?"라는, 긴 시간 속에서 보면 참으로 '하찮은' 논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저 사진 속 진지한 표정도, 이제 또 라이브러리로 들어가 먼 훗날의 그들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사장으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언젠가 '함께했던' 이들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이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나는 아직 그릇이 부족해 정답을 알지 못한다. 정답을 얻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실은 이런 질문들에 정답 같은게 있는지 여부 조차 알 수가 없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당연히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나는 매번 내가 새로 벌일 판에서 한 가지씩을 더 잘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 내게 이번 판의 화두는 사람이다. 서로 의견을 묻고, 모든 것을 믿고 맡기고, 함께 웃고 책임지는, 그런 사람 냄새나는 판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굉장히 어려운 화두이고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어려운 시간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끈끈해지는 우리를 보며 나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 그 어려운 화두를 깨닫게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사진 라이브러리를 만들던 그 날 부터였던 것 같다. 벌써 일 년 반 째 그득그득 쌓아 놓은 작은 실천들이 내게 이번 판의 행복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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