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나는 우리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편리함이라는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터넷은 삶의 방식을 편리하게 바꾸는데 크게 일조했지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건 여전히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고 책을 읽으며 자연을 만나는 그런 순간들이다. 어떤 사이트가 눈 돌아가더라던지, 어떤 기능이 감동적이라던지 하는 것은 그저 우리같은 geek들의 행복일 뿐이고.. :-)

오늘 또 한 연예인의 죽음을 보며 그냥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더 좋을거야'라고 생각하며 만들어 놓은 기술이나 서비스들은 의도치 않게 멀리 돌고 돌아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미디어로 성장한 인터넷은 이제 정말 무섭다. 기성 미디어의 폐해도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적어도 이제 인터넷의 폭력적 영향력은 거기에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는다.

나는 원래 대단한 여론 진보주의자인데, 오늘 처음으로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아주 순진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신문에서 그 소식을 접한 관련 서비스 창시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아주 멀고 먼 자책감을 느끼기도 했을까?

기술 발전이 의미없다는건 절대로 아니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나아가겠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무언가가 인간을 무조건 행복하게 하리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서는 아니되리란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는만큼 세상에 책임질 각오도 가져야 한다. 누군가 죽어 나가는 폐해를 만들어 냈다면 거긴 어떻게든 바꿔야만 하는-그러나 아직 발견되지 않아 내 책임이 아니라고만 하는- 문제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니까.

기술이 없던 어제에도 우리는 분명 행복했다. 다방에 쪽지를 붙여 놓고 약속장소에서 하염없이 친구를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여자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받으실까봐 조마조마하던 추억도 있었다.

내 기술적 성취감과 주변의 칭찬이 아닌, 사람과 세상의 행복을 위해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거기서부터 기술의 발전은 바른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적어도 나중에 다음 세대로부터 왜 이런건 만들어 세상을 힘들게 하느냐고 욕먹지 않으려면 우린 때때로 그런 고민도 하며 살아야 한다.

"아름다웠던 어제와 꼭 닮은 내일의 기술을 위해."

이 광고의 광고주가 뭘하고 있는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마는, 적어도 그 문구 하나만은 마음 속에 아로새기고 굳게 가져가고픈 명제임에 분명하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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