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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2 소주 한 잔 할 일 7
오늘은 코엑스에서 열린 iMOBICON 행사에 다녀 왔습니다. 오늘부터 OMA(Open Mobile Alliance)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체들이 자신들의 최신 기술들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회였지요.

각설하고, 저녁에야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모처럼 위자드닷컴과 관련된 기사 세 건이 주르륵 올라와 있더군요. (저는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RSS를 위자드닷컴으로 구독해 보고 있습니다.)

웹2.0 서비스 대부분이 대학생 CEO
웹2.0 대학생 CEO가 주도한다.
신규 웹2.0 서비스, 대부분이 대학생 CEO

휴토리의 이강일 대표님은 2년 전이었던가 당시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한 고등학생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굉장히 언변도 있고 똑똑했던 학생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그 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재미난 사이트를 오픈한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일련의 기사들을 보고 제가 좀 느낀 바가 많이 블로그가 급하게 글을 남겨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대표님 연락처가 있으면 직접 연락을 드렸을텐데 마땅히 연락처를 몰라 트랙백을 걸어 드리려고 합니다.

기사 세 건이 동시에, 그것도 거의 같은 구성과 같은 문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강일 대표님께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신 모양입니다. 제목도 흡사한 것으로 보니 저렇게 비슷하게 보내셨겠지요? :)

저는 위자드웍스가 단 한 번도 대학생 벤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올블로그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사용하는 웹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생만 사용하는 웹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따라서 대학생이라는 것은 전혀 하등의 자랑거리가 못됩니다.

지금 벌써부터 서비스를 띄우기 위해 '대학생'으로 포지셔닝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끝입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입니다.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대학생이 꽤 하네?", 서비스가 조금만 나쁘면 "역시 대학생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듣기 십상입니다. 업계에 정식으로 노크하고 똑같은 입장으로 '계급장 떼고' 도전하려면 '우린 대학생인데 이 정도나 해요'라는 식의 접근은 전혀 득 될 것이 없습니다.

저 위의 기사들을 객관적으로 보세요. 기술력이라든지, 서비스 자체를 조명하는 기사가 절대 아닙니다. (물론 보도자료부터 그랬겠지마는) '웹2.0' 운운하는 흔한 가십 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웹2.0 서비스, 절대로 대학생들이 주도하지도 않을 뿐더러, 저 기사에 열거된 사람들 모두 전혀 웹2.0의 리더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대표님, 기사여서 약간 '오버'한 측면이 있으시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정말로 큰일 납니다. 세상 넓고 대단하신 분들 정말 많습니다. 하다 못해 이른바 '웹2.0 업계'라고 하는 이 좁은 곳에서나마 정말 진정으로 고개 숙여지는 '진정한 리더'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대표님이 정말 잘 되시기를 빕니다. 많은 새로운 시작들이 나와 주어야만 국내 IT 업계(특히 웹서비스 업계)는 다시 창조와 성취의 선순환 구조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접근은 아주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부디 이 대표님과 휴토리, 그리고 앞으로 새로 등장할 많은 어린 벤처들이 '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나 했다'는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제가 장담컨데 단점이면 단점이지 장점은 절대 아닙니다. 기자님들이 가십거리로 써주시는 기사에 현혹되어 홍보 방향을 계속 어린 것으로 가져 가시면 결국 휴토리닷넷이라는 서비스는 죽고, '어린 사장' 이강일 대표님만 살 것입니다. 나보다 회사를 선택하는 현명한 분이 되시길 빕니다. 회사가 살면, 나는 어차피 더욱 값지게 빛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 사실은 4-5년 전 제가 범했던 잘못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계신 것 같아 선배의 마음으로 제 자신 부족하나마 강하게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함께 세상을 배워가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 드리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이강일 대표님 현명한 분이시기에 제 이야기를 거슬리는 소리로 듣지는 않으실거라고 믿습니다.

또한 만약에 앞으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오늘 같은 류의 보도를 진행하실 경우 저희 회사는 꼭 빼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위자드웍스가 업계에 대등하게 도전하고 대등하게 평가 받는 업체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강일 대표님과 휴토리,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많은 어린 벤처들의 건승을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연락 한 번 주세요. 소주 한 잔 합시다. ^^

- 표철민 드림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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