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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7 난생 처음 상 받던 날 6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던 탓에, 어려서부터 상을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심지어 그 흔한 개근상 한 번 타는 것도 큰 기쁨이었으니 오죽했을까.

학생 신분에 열심히도 뛰어다닌 반항심(?)을 윗분들께서 가상하게 여기셨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서울시장상 수상자로 결정이 났더랬다. 아이고 가문의 영광! 그런데 그마저도 고교 서클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괜히 어른 흉내낸답시고 학교앞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씩 돌렸다가 경찰 급습! 다음날 엉덩이가 부르트도록 빠따만 맞고 수상은 취소되고 만다.

이렇게 상과는 정말~ 인연이 없는 내가 엊그제 처음으로 상이란걸 받아 봤다.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건 사실 I don't care. 어쨌든 연말에 상이란걸 받는다는건 '아무도 몰라주는 듯한' 노력에 대한 쓸데없는 보상심리를 어느 정도 충족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아, 인간의 이 간사함이란!

오늘 상 이야기를 꺼낸건 다른 것보다 내 표정이 너무 웃겨서이다. 상 처음 받아 보는거 티내는 것처럼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이걸 보며 한참을 웃었다. 공식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에는 그나마 나은 것들만 골라 올렸고.

다음번 상을 탈 때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진들을 올릴 수 있기를 빌어본다.

- 이상, 동료들이 잘해서 상 한 번 받아본, 본인 능력으론 여간해서 상 받기 어려운 사람의 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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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랫 사진은 좀 편해 보인다. 이 사진은 공식 블로그엔 올라가지 않았지만, 함께한 두 분은 오마이뉴스 분들이다. 왼쪽부터 조진철 대리님과 이병한 차장님. 오마이뉴스 2.0 으로 이번 웹어워드 인터넷언론 분야 대상을 수상하셨다. 위자드웍스도 오마이뉴스 2.0의 한 축이 된 오마이뉴스 I(개인화서비스)에 위자드닷컴 플랫폼을 공급했으니 작게나마 일조한 것 아닌가!

올 초 부터 뵜던 두 분과 오래간만에 함께 앉아 식사하며 회포를 풀었다. 양사 모두 2.0을 준비하던 어려운 과정을 서로 지켜봐 왔기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롭다.

"결국 올해는 남은게 이 상 하나네요."
이 차장님 농담에 나도 모르게 절로 맞장구를 쳤다.

약간은 씁쓸한 마음에, 역설적으로 힘이 더 불끈 솟는다. 아직 바꿔 놓을 것들이 정말 많은 현실이 젊은 우리들에게 "내게 한 번 도전해봐"하며 인자한 미소를 보내고 있으니.

나는 지금껏 여기가 전쟁터인지 몰랐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국지전과 게릴라전, 아주 다양한 유형의 전투가 일어나는 장기전. 언제 시작된지도, 끝도 기약도 없는 영원한 전쟁터.

홀로 거기서 전투를 하려고 했다. 갑자기 전장에 뛰어 들어 화려한 폭탄 좀 터뜨리고 좀 튀면 되는줄 알았다. 지난 한 해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배움이라면 이제야 이곳이 몇몇 이들의 전투장이 아닌, 베테랑 장수와 능력있는 전우들이 엄청나게 존재하는 큰 전쟁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때로는 모든 전우가 죽을 힘을 다해 전면전을 벌이다가도, 때로는 군량을 아끼며 끝없이 침전해야만 하는 곳. 이 작은 배움 하나가 우리의 자세를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언제나 전면전만이 능사라 믿었던 한 작은 전투장의 무능한 장수에게는 특히나.

이것이 바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유,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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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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