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02 배움을 나누는 편지 1
#1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자는 경험해본 자가 아무리 뭐라고 대단한 조언을 해준들 들을 수가 없다. 귀를 아무리 기울여 보아도 실은 무슨 소린지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 공평하다는 것.

조금 앞서간 자의 말을 따라 단 한 번도 실수한적 없는 삶을 살았다는 이를 본 적 있는가. 삶은 본질적으로 나의 것이다. 나'만'의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젊을 때는 차라리 많이 부딪히고 여기 저기 상처 입어 보아야 한다. 아주 무식하게, 때론 일부러라도 천사처럼 바보같이.

작은 상처가 우리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빨리 깨달아야만, 더 많은 도전에 이 한 몸 기꺼이 내던져 또 그만큼 성장하게 될테니까.

- 남의 인생을 살고 있는 20대에게 보낸 편지 中

#2

채용은 연애와 참으로 비슷한 과정이란걸 느낀 적이 있다. 문득 떠오른 공통점들을 좀 열거해 본다.

1) 필연적으로 누군가 먼저 관심을 갖고 짝사랑을 시작한다.
2) 나 말고 다른 경쟁자가 있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
3) 갑작스레 너무 들이대면 상대가 금세 달아난다.
4) 상대방의 발전가능성을 따져보고 사랑을 시작한다.
5) 언제나 완벽한 이상형을 상상하지만 까보면 그렇지 않다.
6) 때때로 상대방의 재력을 확인하기도 한다.
7) 성격 안보고 외모만 따져 나중에 낭패보는 경우가 많다. :>
8) 끊임없이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대로 해주기를 요구한다.
9) 그러면서도 언제나 상대가 자신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10) 깨지면 대개의 경우 가혹하다. 양쪽 다 차갑게 식어버린다.

요즘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 뽑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스타트업 때는 그저 같이 라면 먹겠다면 얼씨구나 하고 버스에 오르시라하면 됐는데 지금은 라면도 오르시라하고 도시락도 오르시라하고 출장부페도 오르시라해야 버스가 제대로 굴러간다. 그들을 100% 콕집어 알아본다는 것은 여전히 내 능력의 부재로 인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4

나름 업계의 불문율이라는게 있다. 그중 하나가 작은 웹서비스 벤처끼리 서로 사람을 빼가지 않는다는 것. 물론 본인이 직접 지원하는 경우야 어쩔 도리가 없지만 회사에서 나서서 특정 업체 멤버를 빼오는 것은 지난 2-3년간 마음 맞는 사장들이 철저히 지켜왔던 매너중의 매너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우리 회사 특정팀 멤버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시도가 들어왔던 모양이다. 포털의 어느 지긋하신 이사님이 차린 스타트업으로부터. 술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들어 우리 멤버들에게 이런 비슷한 제안이 많았다고 한다.

나는 이런 식의 게임은 결코 하지 않겠지만, 이같은 상황까지 오는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제 여기도(신생 웹서비스 벤처들의 이른바 '죽음의 계곡') 다들 그닥 여유롭진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씁쓸해진다.

물론 라면, 도시락, 출장부페를 고를 수 있을만큼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버스에 올라타려는 이가 많고, 이 버스에서 숙련된 이들을 좋은 조건으로 빼가려는 곳이 많다는 사실은 어쨌든 잘 되어가고 있다는 시그널로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무리수는 자주 눈에 띄지는 않기를 :)

#5

어제는 나의 여러 훌륭하신 멘토들 중 한 분을 뵈었다. 연배가 그리 높지는 않으신데 2년 전 위자드닷컴을 내놓은 직후 여러 이유로 많이 힘들던 시기, 틈틈히 회사에 들러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신 분이다. 그 2년전 어느 술자리에서 받아 적은 고견들이 아직까지도 내 위자드닷컴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어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 좀 나누어 본다.

1. 명확한, 그리고 신중한 비전 설정
2. 초조해하지 않기. 직원 공동의 '학습조직' 지향이 핵심
3.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
4. 멤버들이 스스로 자극받도록 (새로운 site를 소개하는 등)
5. 정보 control, 지식 share, 비전 understand
6. 인적네트워크 확대하기 / 언제나 인재 탐색하기
7. 대단히 큰 조직도 결국 고민하는 이는 단 한 명 / 고민하기
    - 고민을 하려면 고민만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8. 업무환경에 투자하기
9. 멤버들 자기발전에 도움되는 회사 만들기

적혀있는 그대로 옮겨본 내용이다. 사실 읽어보면 또 뻔한 소리라 느낄 수 있지만 그 당시 내게 정말 큰 힘이 되어준 방향들이다. 좀 특이한 것을 함께 살펴 보자.

2번 학습조직 지향. 창업멤버들이 전체적으로 어리고 부족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조언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모르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 그러니 창업했다 우쭐해하지 말고 전 직원이 그저 배움에 임하고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한 시니어급들이 모인 회사라면 당연히 이런 소리는 필요없겠지만, 잘 모르던 우리에겐 항상 고개를 숙이고 업계 선배님들을 모시며 배우고 느끼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학습조직'.

5번 정보 control, 지식 share, 비전 understand. 이 얘기는 흔히 웹2.0의 정신이 정보 공유라 하여 회사도 마치 온 정보를 모든 구석에 퍼뜨려야 하는 착각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명확히 틀렸다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정보, 즉 지식(knowledge)의 경우 이는 반드시 모두에게 공유(share)되어야 한다. 또한 비전 역시 이상적으로는 모든 멤버들이 창업자의 명확한 꿈을 공유할 뿐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게 맞다. 그러나 전혀 가공되지 않는 정보 자체는, 그 정보의 성격에 따라 조직의 동요, 멤버간의 불화, 불신, 오해, 잘못된 소문 등 온갖 억측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control은 아주 strict한 정보 독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결코 말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7번. 아무리 큰 조직과 부딪히더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직원 10명의 작은 회사가 1,000명, 10,000명 하는 회사랑 싸운다 해도 결국 상대 대기업도 최종 의사결정자는 단 한 명이다. 상대방에게 9,999명이 있고 내게는 9명이 있다한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느냐이지 얼마나 많은 이가 노를 젓느냐는 분명 아닌 것이다. 물론 규모나 추진력 면에서는 분명 차이가 나겠지마는 적어도 내가 상대 대기업 단 한 사람과 경쟁해 이 시장에 대한 이해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이건 해볼만한 게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믿음을 갖고 그저 고민하면 된다. 상대방 단 한 사람이 고민하듯이. 그 사람의 고민을 누르고 이기면 되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경영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기획자라면 상대방 기획책임자와 경쟁하는 것이고 개발자라면 상대방 개발책임자와 겨루는 것이다. 조직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감과 노력을 가지고 임한다면 그 조직, 반드시 성공한다.

다른 내용들도 다 하나같이 위자드웍스의 초창기 시절을 견지해 준 훌륭한 내용들이지만 이는 여러분께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넘어간다.

이제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시는 님의 새로운 행보를 온 마음으로 축복한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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