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한국의 VC 얘기를 좀 길게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 시작하면 쉽게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닌 것 같고.. 하여 다시 마음을 접는다. 이런지가 벌써 일년은 된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은데, 막상 용기 내어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네.

한국의 창업자들이 부족하다 이야기하지만 아무리 부족함을 인정하며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보아도 정말로 우리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VC는 엄밀히 말해 Venture Capital이 아니다. 'Venture'다운 모험은 커녕 이미 산전수전 다 겪고 90% 성공확률을 보이는 기업에나 벤처투자 생색내며 돈이 들어간다.

10만불 백지 수표를 첫 날 만난 자리에서 끊어주며 "우선 서버부터 마련하라"고 했다는 구글의 첫 사업 이야기? 그런걸 꿈꾸며 창업하는 한국의 젊은 창업자들이여, 그건 <The Google Story>에나 나오는, 한국에서는 <The Fairy Tale>과 같은 이야기라는 점을 시작 전부터 아주 아주 차갑게 명심하라.

그러나 이 업계에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하는 이들에게 부족하나마 한 마디만 하자면, 당신들의 사업 계획이 부족하다거나 수익모델이 부재하다거나 서비스가 영 신통치 않다거나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류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반은 믿고 반은 그냥 과감히 흘려 버려라. 실행에 옮길 용기도, 믿고 베팅할 베짱도 없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 따위 차라리 못들은척 잊어 버려라.

고민을 해도 내가 더 많이 한다. 고생을 해도 내가 한다. 젠장, 돈 없으면 라면 먹지.
그냥 우리, 생각한 대로 지르고 보자.

VC 찾아 다니며 굽신거리던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아무 것도 없더라. 차라리 그냥 우리 누구 앞에서나 가슴 쫙 펴고 하고 싶은거나 실컷하며 멋지게 웃겨주자.

"그래, 이 바닥에 우리 같은 놈도 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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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오후 8시 30분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저런 모습, 솔직히 멋있진 않다.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 VC는 백년 가도 못 느낄 창업자들의 그 이유없는 가슴 뜀박질을.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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