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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1 흔들리며 피는 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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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저 창 넘어 뿜어져 나오는 저 빛이 곧 꽃으로 보인다. 저 빛은 젊음을 연소하며 나오는 '순수한 열정'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칸타빌레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오늘로 꼭 208일, 이제 5천 시간 째에 접어들고 있다. 매일밤, 연세공학원의 광활한 홀에 유일하게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을 담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바라 '젊음'이란 미명하에 열정을 태우며 한 줄기 빛을 발화하고 있는가.

좋은 제품,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의 목표를 한없이 크게 만들어 놓았다. 서비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게 넷바이브와 뭐가 달라? 구글과 뭐가 달라?' 이런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 결과 반드시 달라야만 한다는 강박에 쫒기게 되었고, 그런 결과는 무려 7개월을 끄는 고민으로 우리를 옭아메고 있다.

이전 법인을 할 때이던가? 어느 사장님께서 지나가며 하신 이야기가 스친다. "첫번째 서비스는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자 혼자서도 뚝딱 하면 '쿨한 것' 하나쯤은 얼마든지 만들어 내지요. 하지만 이것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feature로 남느냐 지속가능한 service가 되느냐의 차이는 명백히 두번째 서비스가 나오느냐에 달렸습니다. 단순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major change 수준의 두번째 버전이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순간이 이 팀이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 짓는 중요한 척도입니다."라는 내용이다.

그 말이 100% 맞는지는 case by case라 치더라도,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는 이제야 납득이 간다. 우리는 지금 team 수준의 서비스를 business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유달리 큰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미 만들어 놓은 것,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란 확신이 든다. 우리가 이루어 놓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범하면서도 무언가 엄청나 보이는 '뜬 구름'을 잡으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소중한 성취마저 천천히 달아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무엇이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더 반기며 칭찬하리라. 그들이 가진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먼저 이야기해주리라. 다음번엔 사람들이 뭐라 하든 더 소신을 갖고 나아가리라.

다시 현장에서 부대끼며 배우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한지 일 년이 갓 지난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이 내가 과오를 솔직히 반성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간접 경험을 생동감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믿는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포함한 10여 명의 '젊음'을 한 순간에 '저당 잡은' 위자드웍스 이야기를 이 곳 블로그에 실어보려 한다. 무지한 내가 깨달은 것들과 그 때 그 순간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위자드 설립 때부터의 이야기를 진솔히 전하고자 한다. 그것은 이제 시작하는 웹2.0 벤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는 개인적인 즐거움에서요, 훗날 내가 다른 필드에 있을 때 또 다시 범하게 될 나의 오판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각성 때문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빛나는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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