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24 학생들을 위한 좋은 이력서 쓰는 방법 8
이 블로그에 나름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오늘은 취업 팁을 좀 공유하려 한다. 요새 우리같은 벤처기업으로 넘어오는 이력서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면 확실히 취업문이 좁긴 좁은 모양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왠만하면 대기업이 공급을 대부분 소화하기 때문에, 정말 뜻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유능한 졸업 예정자를 바로 수혈 받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벤처기업이다.

어쨌든 오늘도 이력서를 오후 네 시 반부터 봤으니 중간에 식사시간 빼고 대략 세 시간 반쯤 본 것 같다. 약 백 명 조금 더 되는 이력서를 봤으니 1인당 평균 2분 6초씩 본 것이다.

우리는 그나마 대표가 직접 이력서를 검토해 실무 면접으로 보내지만, 대기업은 지원자의 규모도 수십, 수백배에 달하니 인사팀이 따로 있는걸 감안해도 2분 6초 보다 오히려 더 적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력서를 읽을 상대를 '확 어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분 6초가 평균값이란 말이지 그 중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20초만에 넘겨버린 것도, 아주 훌륭해 5분 넘게 차근히 읽어본 것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는 '확 어필하는' 이력서의 팁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제목부터 제대로 써라.

간혹 보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일단 제목부터 명확하게 지원분야와 이름, 그리고 그 의지를 밝히는게 눈에 튄다. 예를 들어 '[웹디자인] 표철민입니다.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와 같이 말이다.

2. 메일 내용을 정성껏 써라.

많은 이들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 첨부해 놓고 정작 메일 내용은 성의 없이 쓴다. '이력서와 자소서 첨부했습니다. 좋은 인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고 끝이다. 다른 이들이 보다 더 상세하게 메일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려고 노력하므로 짧은 메일은 상대적으로 성의 없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할 말이 없어도 최대한 예의 있고 정성 들여 5줄~10줄 내외의 내용을 적으면 첨부파일을 아무래도 더 제대로 읽어보게 된다.

3. 이력서의 디테일에 신경 써라.

학력이나 경력 등 이력 자체는 이미 내 삶의 궤적을 통해 다 정해져 있다. 그러니 나를 돋보이게 하려면 이력서의 형식과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회사 이름이 '위자드웍스'인지 '위자드 웍스' 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나같은 꼼꼼한 사람에게는 굉장한 차이다. 특히 입사해 글을 써야 하는 문과쪽 사람들에게 디테일은 생명이다. 스페이스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안 띄어져 있는 경우나 띄지 말아야 하는 곳에 괜히 띄어놓은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가 두 번 띄어져 있는-센스없는 사람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다시금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가급적 심미적이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의 상하좌우 여백을 확실히 주어 비좁아 보이지 않게 하고, 폰트도 요새 왠만한 직장은 다들 오피스2007을 사용할테니 궁서나 명조보다 맑은 고딕을 선택해 깔끔함을 더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곳에 색깔을 많이 쓰지 말고, 폰트 사이즈는 9~11 사이로 모든 내용을 처리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디테일 오류의 또 다른 황당한 예가 다 잘 적어 놓고 마지막에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며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는 경우다.

4. 인상좋은 사진을 써라.

지원서들을 보면 사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서에서 사진은 외모를 강조하려고 붙이는게 아니다. '인상'을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다. 파란색이나 검정 계열의 배경색을 피하고 지원자의 얼굴과 배경, 옷이 모두 밝은 분위기를 띄게 하는게 좋다. 가급적 편한 인상이 강조되도록 애써라.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진은 이력서 사진에 이를 드러내 보이며 호탕하게 웃어보인 사진이었다. 내 인상이 날카롭다 생각되는 사람들은 차라리 환하게 웃어라.

5. 자소서의 앞뒤 논리

간혹 자기소개서를 보면 앞뒤 논리가 전혀 안맞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어릴적에 굉장히 소심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라는 내용을 예로 든다면 이는 무슨 소린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지원자의 의도는 '어려서 그랬는데 그걸 극복하려고 중간에 블라블라를 해서 이리 되었다.' 일텐데 그 과정의 디테일을 빼먹고 바로 결과로 가서 자기 자랑만 강조하다보니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는 글이 된 것이다. 보다 보면 아주 당황스런 자소서가 많다. 또 예를 들어 '대학교 때 동아리 만드는걸 좋아해서 지금 기획자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이 역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건 '무얼 해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인데 많은 이들이 그 중간을 자세히 적지 않고 바로 억지 결론을 도출해 내 자꾸 자기 자신을 분야에 끼워 맞춘다. 차라리 심사관이 내 삶의 과정에 뿅~가게 해서 지원분야를 나에게 끼워 맞춰라.

6. 뻔한 이야기 하지 말라

대부분의 이력서가(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똑같은 이야기, 이를테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무개', '시켜만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소구를 시도한다. 본인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이력서가 수백 장이다. 채용담당자는 화려한 멘트에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소서 첫 문장에 대뜸 '저를 입사시키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고 충격을 주고는 참신한 이야기로 썰을 풀어가는게 훨씬 담당자를 감동시킨다. 제발 뻔한 이야기 하지 말자. 그 이야기의 또 하나 유형이 바로 '19XX년 어디서 태어난 저는 몇남 몇녀의 가정에서' 시리즈다. 불과 2분 6초의 시간, 그 중 자료 다운 받고 넘기고 하는 시간 다 빼면 자소서를 실제로 읽는 시간은 불과 30초 이내다. 그 안에 당락을 결정짓는데 지금 19XX년 어디서 태어나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고 이런 이야기가 상대에게 중요한가? 회사가 궁금한건 지원자의 '현재(지금 지원자가 갖춘 것)' '능력(어떤걸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만 집중해서 어필하라.

7. 회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

회사의 고객도 아니고 일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지원서만 여기저기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당연히 그 여기저기서 모두 불합격이다. 그럼 취업시장이 어떻느니 경기가 어떻느니 또 남 핑계를 대게 된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들어갈 사람은 어떻게든 들어간다. 경기를 이야기하며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 패턴을 잘 뜯어 보고 송두리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이력서 이쁘게 다시 만들고 사진 웃으며 찍고 회사에 대해 진짜 열심히 조사해 달달 외우고 메일 정성껏 써봐라. 스펙이 모자라면 그걸 비관하고 있는 사이에 차라리 내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구구절절히, 그러나 논리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다시 써봐라. 학점이 모자라면 차라리 '내가 그동안 사회 경험은 누구보다 제대로 했소이다' 하고 뻔뻔해져보라. 그럼 반드시 전에는 없던 답장을 받게 될 것이다.

8. 나만 가진 1%를 강조하라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는 일단 비슷하다. 같은 전공을 했고 요즘은 왠만하면 토익은 다들 800대 후반에 공모전 한 두 개는 상을 타봤다. 대부분 6개월쯤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몇 번의 해외여행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봉사나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시절엔 동아리 임원을 하며 간접적으로 사회경험을 쌓았다. 어딘가에서 인턴도 한 두 달 해봤다. 이렇게 다들 똑같다보니 2분 6초 동안 상대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1%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놈을 확실히 강조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요가 동아리를 창단해 회원을 50명까지 모았다거나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제를 개최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보다는 자꾸 학점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실적 등 '재미없는' 내용들만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나는 이런 1%의 '확실한 차이'가 결과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고 확신한다. 학점이 3.1인 사람과 3.8인 사람이 '확실한 차이'를 가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포영화 동아리는 나만 해봤다. 그러니 분명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쉽게 치부하고 넘어간 나만 가진 1%를 잘 찾아 강조하라.

9. 겸손하게 자랑하라

너무 겸손하기만한 사람은 진짜 그냥 자신이 없나보다 싶고 또 너무 자랑만 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많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상을 받았다'거나 '장학금을 타서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학과 1등으로 최우등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식으로 겸손하게 할 말 다할 수 있으면 좋다. 특히,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무엇이든지 다른 장점을 찾아 이렇듯 겸손하나 자신있게 강조해 나가면 좋은 지원서가 되리라고 믿는다.

10. 마치며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봐 첨언하자면 여기서 다룬 모든 사례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가 모두 조금씩 바꿨다. 즉 위의 사례에 등장한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든 사람은 최소한 오늘 내가 본 지원자 중에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것들은 여러모로 잘하고 있는데 약간의 디테일 또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결코 절대적인게 아니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지원하는 회사마다의 스타일을 파악해 센스있게 'fit'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어차피 여기서 말한 디테일들이 대개 표현과 형식에 대한 문제들이지 지원자의 실력 수준이나 취업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성격 등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건 '당연히' 갖추고 있다는 전제로 형식의 디테일을 강조해 보았다.

나중에 누군가 필요해서 요청해 주면 그런 본질적인 부분들도 한 번 다뤄보도록 하자. 그럼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넘쳐나기를! :)

- 위자드웍스 표철민 (http://mrpyo.com)

Posted by 미스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