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메인에 뜬 1991년의 오늘(1.4)자 매일경제신문 기사란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기사 속 상상이 대부분 쪽집게처럼 들어 맞는게 신기하다. 클릭해서 살펴보기 바란다. 영상통화에서부터 HDTV, 화상회의, 고속철, 인터넷강의, 위성방송, 홈쇼핑 등 지금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당시엔 '꿈 같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미래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보급도 제대로 안되어 있던 1991년의 한 일간지 기사가 20년 뒤의 모습을 저렇게나 착착 맞출 수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사람은 상상하는 그 방향대로 실현시킨다. 따라서 상상하지 않으면 실현도 없고 변화도 없다. 지금 너나 나나 갈증을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대로 될 것이다. 만약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모두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꿈을 실현시킬만한 산업이나 종목에 장기 투자하면 빛을 보리라.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변화의 흐름을 미리보고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적극 매입해 히트를 친 기록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요새 어딜 다니나 '촉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자들은 간단히 '촉'이라고도 하던데,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소스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세상에는-특히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연결된 세상에서는- 우리가 캐치할만한 정보가 참 많다. 그러나 학생들은 '난 학생이니까', 직장인들은 '내 분야밖에 몰라서' 등의 여러 이유를 대며 자기에겐 어려운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는 정말로 개선 가능한 능력임을 강조하고 싶다.

'촉'의 개발은 비단 사업 뿐 아니라 공부든 현재 맡고 있는 업무든 어떤 분야에서건 보다 스마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마트함이란 같은 결과를 더욱 단 시간에 만들어 내거나 또는 남과 같은 시간에 남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신년인사로 쓰려다 살짝 무거워졌는데, 2010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변화의 키워드가 있다면 나는 단연 바로 이 '촉'의 개발을 꼽고 싶다. 같은 현상을 보아도 그 의미를 남다르게 잡아낼 수 있는 진기한 사람들이 주변에 우글거린다면, 2010년은 작년보다 훨씬 더 재밌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에 직접 뛰어들게 하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나만 발견한 것 같은 촉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뛰게 만들 것이다. 그러다보면 또 한 20년쯤 뒤에는 그 안에서 모두의 꿈을 실현시킨 주인공들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여러분들의 '촉'이 세상을 꿰뚫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조금 실무적으로 '촉'을 기르는 훈련을 위해서는 컨설팅 펌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사용한다는 Logical thinking류-서울시 맨홀 뚜껑 갯수 맞추는 문제를 필두로 하는-의 사고를 생활화하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겉멋까지 닮으란 얘긴 아니고.. ;)

이 블로그 주요 고객이 대학생들이다보니 제 자신부터 어줍잖은 사람이 감히 자꾸 조언 따위를 하게 되어 걱정이다. 어쨌든 모두들 해피뉴이어~!

- 눈이 엄청나게 내린 2010년의 첫 출근날 상암에서, 표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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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이 기사에 댓글이 막 붙어있다. 안그래도 글로 적힌걸 보고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르륵. 설마 내가 저런 뜻으로 이야기했겠나. 굳이 고쳐야 한다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게 별로 없다'가 바른 인용일 것이다.

현재 내 아이폰에 115개의 앱이 깔려 있고 남는 시간엔 물론 이것 저것 다 하는데, '꼭 해야 하는게 별로 없다'는 말은 굳이 남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아이폰을 잡으면 안하고는 못배기는 일들이 의외로 매우 빈약하더라 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그것은 메일 체크와 트위터 훓어보기 뿐이다. 그 외에 가끔 지도 구경과 더 가끔 버스 찾기를 한다. 그리고 다른 110여개의 앱은 모두 '남는 시간에' 즐길 뿐이다. 다른 일반인 유저들은 상황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우리야 그나마 트위터라도 하지.

그러니 이 얘기를 아이폰 폄하로 곡해하면 안된다. 아이폰 좋고 우리 직원들도 이번에 다 사줬다. 근데 아이폰 좋은 것은 이제 누가 모를까. 지나가는 고딩들도 '쩌는 UI'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업계 관계자라면 일부러라도 좀 멀리 봐야지 않나. 항상 먼저 경험하되 너무 빠지진 말자 그 말이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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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여러 연말 액땜(?)을 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사장이라는 자리가 정말 외로운 자리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어깨에 지고 살면서 사람들이 만족해야 행복해지고 때론 사람들의 욕심을 온갖 오해 속에서도 막아내면서 공평함을 추구해야 하는 자리다.

이 땅의 모든 성공한 사장님들과 지금 아주 작은 회사에서라도 현직에서 분투하고 계시는 사장님들 모두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한다. 사장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많은 수의 그들은 의외로 순수하기 짝이없는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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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선생님의 블로그에 안철수 의장님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문득 느끼는게 고수들의 고수는 결국 안철수에서 많은 부분 교차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단지 스토리일 것이지만, 스토리보다는 메시지로 고수를 판별하는 비범한 인물들 역시 결국엔 안철수에서 만나는걸 보면 확실히 그에게 무언가 있다.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금욕적이라 느낄만큼 일반적으로 '사회성'이라 불리는 여러 삶의 주전부리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살아도 메시지만으로 최고의 고수가 될 수 있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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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재미난 생각이 들었는데 윈도우 배경의 액티브 데스크탑 기능을 활용해서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있는 기분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강남역이나 가로수길의 물 좋은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를 PC 바탕화면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재미날 것이다. 신촌의 대학교 벤치라던지, 코엑스몰 같은데 고화질의 웹캠을 설치해 마치 그곳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집이나 오피스가 아닌 'The 3rd place experience'를 찾아 카페에 가서 일을 하거나 책을 보는 이들이 집에서도 마치 카페에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면 월정액으로 받아도 히트할 수 있으리라. 특히 주말에 집에 혼자 있는 싱글들에게는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안정감(?)을 줘서 할 일에 보다 집중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같이 국토도 좀 되고 히키코모리가 많은 나라에선 더욱 잘 팔릴 것이다. 이런거 좀 누가 좀 해주면 안되나? 난 충성스런 고객이 되겠다. 어김없이 주말에 사무실 나왔는데 오늘따라 이런 영양가 상관없이 그저 재미난 생각이 많이 난다. 좋다.

+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좀 찾아 봤는데 옛날에 프로그램으로 나온게 있는 모양인데 웹캠의 하드웨어적 한계 때문인지 bandwidth 문제인지 현실감이 없다. 모니터 화면에 가득차게 고화질 라이브로 웹캠 영상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아프리카 방송 같은데에서 1:N으로 1000K 스트리밍 하는거 보면 현재 기술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 어쨌든 요즘은 가만히 앉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웹캠으로 검색해보니 세계의 라이브 웹캠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화질이 좋은 것은 많지 않지만 간혹 아래와 같은 멋진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글로 남기는 이 시각, 저 사람들은 이태리 어느 해변에 앉아 선탠을 즐기고 있다. orz...

+++ 다음 링크에서는 샌디에고 오션 비치 호텔의 라이브 웹캠을 30초 동안 내 맘대로 움직여 볼 수 있다. 확대하면 사람 얼굴까지 보인다. 좀 무섭다. http://www.obhotel.com/webcam.html

http://www.abcwebcam.net/ 여기 가보면 세계의 웹캠 링크가 있다. 잘 찾으면 몬테레이 수족관의 상어를 구경할 수도 있다.


그간 라이브 캠이 주로 도로를 많이 비추며 교통정보의 실시간 수집 용도로 주로 활용되어 왔지만, 나는 다른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상 체험의 도구로서.

지금은 별로들 관심이 없지만, 앞으로 이 분야가 웹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금 마이크로블로그가 실시간 관심을 검색에 반영할 수 있는 점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각 로케이션의 실시간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 오늘의 공상 끝! :)

(10/03) + 오늘 더 좋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역시나 아무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놈이 진짜 임자다. http://www.earthtv.com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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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에 있었던 SK커뮤니케이션즈 Nate DevSquare 개발자 세미나 행사의 발표자료를 공유합니다. 진작 올렸어야 했는데 요즘 부쩍 바쁘네요. 주제는 SNS 위에서 동작하는 소셜 애플리케이션들이 어떻게 사용자를 유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Facebook 플랫폼 위에서 동작하는 Playfish, Zynga 게임들을 중심으로 분석했고, 이 발표를 위해 자료를 완전히 새로 만든 만큼 관련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께는 작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발표용으로 만들어진지라 그림이 너무 많아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전달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그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하면 '열심히 나의 social activity를 친구에게 feed로 알리고 있고, 친구와는 별개로 나를 lock-in시킬 다양한 이벤트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정도 되겠습니다.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lock-in factor를 정리한 내용이 마지막 챕터 6에 나옵니다. 결국 이 자료의 핵심은 마지막 두 페이지가 되겠네요. ^^

이제 9월 30일이면 싸이월드도 OpenSocial을 적용한 소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On-air 함으로써 한국에도 소셜 앱스의 시대가 본격 개막합니다. 처음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앱스토어'류 중에서는 가장 의미있는 시도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의 소셜 플랫폼, 소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자세하게 다룰 일이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이번 자료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표철민 드림

<소셜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유치의 기술>


크게 보시려면 위의 좌측 하단 [Full] 버튼을,
자료를 다운 받으시려면 [Menu]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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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나름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오늘은 취업 팁을 좀 공유하려 한다. 요새 우리같은 벤처기업으로 넘어오는 이력서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면 확실히 취업문이 좁긴 좁은 모양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왠만하면 대기업이 공급을 대부분 소화하기 때문에, 정말 뜻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유능한 졸업 예정자를 바로 수혈 받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벤처기업이다.

어쨌든 오늘도 이력서를 오후 네 시 반부터 봤으니 중간에 식사시간 빼고 대략 세 시간 반쯤 본 것 같다. 약 백 명 조금 더 되는 이력서를 봤으니 1인당 평균 2분 6초씩 본 것이다.

우리는 그나마 대표가 직접 이력서를 검토해 실무 면접으로 보내지만, 대기업은 지원자의 규모도 수십, 수백배에 달하니 인사팀이 따로 있는걸 감안해도 2분 6초 보다 오히려 더 적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력서를 읽을 상대를 '확 어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분 6초가 평균값이란 말이지 그 중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20초만에 넘겨버린 것도, 아주 훌륭해 5분 넘게 차근히 읽어본 것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는 '확 어필하는' 이력서의 팁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제목부터 제대로 써라.

간혹 보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일단 제목부터 명확하게 지원분야와 이름, 그리고 그 의지를 밝히는게 눈에 튄다. 예를 들어 '[웹디자인] 표철민입니다.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와 같이 말이다.

2. 메일 내용을 정성껏 써라.

많은 이들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 첨부해 놓고 정작 메일 내용은 성의 없이 쓴다. '이력서와 자소서 첨부했습니다. 좋은 인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고 끝이다. 다른 이들이 보다 더 상세하게 메일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려고 노력하므로 짧은 메일은 상대적으로 성의 없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할 말이 없어도 최대한 예의 있고 정성 들여 5줄~10줄 내외의 내용을 적으면 첨부파일을 아무래도 더 제대로 읽어보게 된다.

3. 이력서의 디테일에 신경 써라.

학력이나 경력 등 이력 자체는 이미 내 삶의 궤적을 통해 다 정해져 있다. 그러니 나를 돋보이게 하려면 이력서의 형식과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회사 이름이 '위자드웍스'인지 '위자드 웍스' 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나같은 꼼꼼한 사람에게는 굉장한 차이다. 특히 입사해 글을 써야 하는 문과쪽 사람들에게 디테일은 생명이다. 스페이스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안 띄어져 있는 경우나 띄지 말아야 하는 곳에 괜히 띄어놓은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가 두 번 띄어져 있는-센스없는 사람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다시금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가급적 심미적이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의 상하좌우 여백을 확실히 주어 비좁아 보이지 않게 하고, 폰트도 요새 왠만한 직장은 다들 오피스2007을 사용할테니 궁서나 명조보다 맑은 고딕을 선택해 깔끔함을 더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곳에 색깔을 많이 쓰지 말고, 폰트 사이즈는 9~11 사이로 모든 내용을 처리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디테일 오류의 또 다른 황당한 예가 다 잘 적어 놓고 마지막에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며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는 경우다.

4. 인상좋은 사진을 써라.

지원서들을 보면 사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서에서 사진은 외모를 강조하려고 붙이는게 아니다. '인상'을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다. 파란색이나 검정 계열의 배경색을 피하고 지원자의 얼굴과 배경, 옷이 모두 밝은 분위기를 띄게 하는게 좋다. 가급적 편한 인상이 강조되도록 애써라.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진은 이력서 사진에 이를 드러내 보이며 호탕하게 웃어보인 사진이었다. 내 인상이 날카롭다 생각되는 사람들은 차라리 환하게 웃어라.

5. 자소서의 앞뒤 논리

간혹 자기소개서를 보면 앞뒤 논리가 전혀 안맞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어릴적에 굉장히 소심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라는 내용을 예로 든다면 이는 무슨 소린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지원자의 의도는 '어려서 그랬는데 그걸 극복하려고 중간에 블라블라를 해서 이리 되었다.' 일텐데 그 과정의 디테일을 빼먹고 바로 결과로 가서 자기 자랑만 강조하다보니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는 글이 된 것이다. 보다 보면 아주 당황스런 자소서가 많다. 또 예를 들어 '대학교 때 동아리 만드는걸 좋아해서 지금 기획자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이 역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건 '무얼 해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인데 많은 이들이 그 중간을 자세히 적지 않고 바로 억지 결론을 도출해 내 자꾸 자기 자신을 분야에 끼워 맞춘다. 차라리 심사관이 내 삶의 과정에 뿅~가게 해서 지원분야를 나에게 끼워 맞춰라.

6. 뻔한 이야기 하지 말라

대부분의 이력서가(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똑같은 이야기, 이를테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무개', '시켜만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소구를 시도한다. 본인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이력서가 수백 장이다. 채용담당자는 화려한 멘트에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소서 첫 문장에 대뜸 '저를 입사시키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고 충격을 주고는 참신한 이야기로 썰을 풀어가는게 훨씬 담당자를 감동시킨다. 제발 뻔한 이야기 하지 말자. 그 이야기의 또 하나 유형이 바로 '19XX년 어디서 태어난 저는 몇남 몇녀의 가정에서' 시리즈다. 불과 2분 6초의 시간, 그 중 자료 다운 받고 넘기고 하는 시간 다 빼면 자소서를 실제로 읽는 시간은 불과 30초 이내다. 그 안에 당락을 결정짓는데 지금 19XX년 어디서 태어나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고 이런 이야기가 상대에게 중요한가? 회사가 궁금한건 지원자의 '현재(지금 지원자가 갖춘 것)' '능력(어떤걸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만 집중해서 어필하라.

7. 회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

회사의 고객도 아니고 일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지원서만 여기저기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당연히 그 여기저기서 모두 불합격이다. 그럼 취업시장이 어떻느니 경기가 어떻느니 또 남 핑계를 대게 된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들어갈 사람은 어떻게든 들어간다. 경기를 이야기하며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 패턴을 잘 뜯어 보고 송두리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이력서 이쁘게 다시 만들고 사진 웃으며 찍고 회사에 대해 진짜 열심히 조사해 달달 외우고 메일 정성껏 써봐라. 스펙이 모자라면 그걸 비관하고 있는 사이에 차라리 내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구구절절히, 그러나 논리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다시 써봐라. 학점이 모자라면 차라리 '내가 그동안 사회 경험은 누구보다 제대로 했소이다' 하고 뻔뻔해져보라. 그럼 반드시 전에는 없던 답장을 받게 될 것이다.

8. 나만 가진 1%를 강조하라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는 일단 비슷하다. 같은 전공을 했고 요즘은 왠만하면 토익은 다들 800대 후반에 공모전 한 두 개는 상을 타봤다. 대부분 6개월쯤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몇 번의 해외여행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봉사나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시절엔 동아리 임원을 하며 간접적으로 사회경험을 쌓았다. 어딘가에서 인턴도 한 두 달 해봤다. 이렇게 다들 똑같다보니 2분 6초 동안 상대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1%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놈을 확실히 강조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요가 동아리를 창단해 회원을 50명까지 모았다거나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제를 개최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보다는 자꾸 학점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실적 등 '재미없는' 내용들만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나는 이런 1%의 '확실한 차이'가 결과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고 확신한다. 학점이 3.1인 사람과 3.8인 사람이 '확실한 차이'를 가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포영화 동아리는 나만 해봤다. 그러니 분명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쉽게 치부하고 넘어간 나만 가진 1%를 잘 찾아 강조하라.

9. 겸손하게 자랑하라

너무 겸손하기만한 사람은 진짜 그냥 자신이 없나보다 싶고 또 너무 자랑만 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많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상을 받았다'거나 '장학금을 타서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학과 1등으로 최우등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식으로 겸손하게 할 말 다할 수 있으면 좋다. 특히,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무엇이든지 다른 장점을 찾아 이렇듯 겸손하나 자신있게 강조해 나가면 좋은 지원서가 되리라고 믿는다.

10. 마치며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봐 첨언하자면 여기서 다룬 모든 사례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가 모두 조금씩 바꿨다. 즉 위의 사례에 등장한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든 사람은 최소한 오늘 내가 본 지원자 중에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것들은 여러모로 잘하고 있는데 약간의 디테일 또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결코 절대적인게 아니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지원하는 회사마다의 스타일을 파악해 센스있게 'fit'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어차피 여기서 말한 디테일들이 대개 표현과 형식에 대한 문제들이지 지원자의 실력 수준이나 취업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성격 등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건 '당연히' 갖추고 있다는 전제로 형식의 디테일을 강조해 보았다.

나중에 누군가 필요해서 요청해 주면 그런 본질적인 부분들도 한 번 다뤄보도록 하자. 그럼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넘쳐나기를! :)

- 위자드웍스 표철민 (http://mrpyo.com)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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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려던 찰나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소식이 들립니다.
아무쪼록 삼가 고인의 깊은 명복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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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PC를 켜니 초보자답게 네이트온이 자동 로그인되고 네이트온 핫클립이라고 하는 네이트 인기기사들이 순위별로 죽 정렬돼 팝업으로 뜹니다. 네이트 뉴스 트래픽이 최근 크게 늘었다는데 전체 유입 중에서 이 네이트온 핫클립을 통한 유입도 상당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이트를 들어가보면 재밌는게 '이 기사 올려, 내려'를 독자들이 선택해 이를 실제 노출에 반영하고 있는데요. 이게 네이트 및 싸이월드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 결과가 역시 네이트온 핫클립에도 적용되어 편집자가 아닌 독자들의 시각에서 현재 관심을 가져야 하는 기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기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정책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나 사회 현상을 꼬집는 기사들, 그리고 가십성 기사들을 중심으로 상위에 노출되고 있지요. 네이버, 다음이 촛불정국 이후로 가급적 중립적 운영을 지향하려는 것과는 달리 네이트는 오랜시간 놀랄만큼이나 한쪽에 치우친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제 사용 경험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포털들보다 어린 층들이 계속 더 많이 모이게 되고 거의 성향이 비슷한 독자들은 독도나 간도, 친일파 청산, 해외에서의 국위선양 등 특히나 애국심과 관련된 컨텐츠에 대해서 끔찍이도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교육의 힘이거나 성선설의 근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아마 한국의 젊은이들만큼 민족주의나 애국심이라는 키워드에 적극적으로 분개하고 언제나 자긍심을 갖고 지키려하고 조금이라도 훼손될라치면 참지 못하는 이들이 또 있나 싶은데 이들은 의외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오른편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보기에 대단히 위험하게 비쳐지는 모양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하려한 것은 아닙니다.

이 주제는 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 이념 문제니까 언급할 깜냥조차 안되는 저는 일단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하지요.


오늘자 네이트 시사 뉴스의 10위권 뉴스로는 안랩이 미국에 직접 V3 백신을 수출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왠만해서 기업 관련 기사가 10위 권내에 올라온 걸 본 적이 없고 또 여간해선 '시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저 기사가 시사 뉴스로 올라온 데에는 순전히 독자들의 폭발적인 응원이 배경이 됐습니다.


보통 올려가 50개 정도만 있어도 금세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데 이 기사는 올려가 무려 106입니다.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댓글로도 계속 한 회사의 해외진출 소식을 반갑게 축하하고 마치 내 일처럼 자랑스러워하며 추천까지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금 절감한 것이 개인 안철수가 가진 엄청난 브랜드 파워입니다.

최근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로 안 의장님을 잘 모르던 일반인들도 그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정치적 제스쳐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음에도 네이버 지식인에는 '대통령 만들자'는 내용까지 올라오고 있지요.

의학 박사, 의대 교수, 개발자, 기업인, 교수로 거침없이 변신하며 계속 현재진행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스토리'에 사람들은 매료됩니다.

그 점에서 안철수연구소라는 기업은 개인 안철수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훌륭하게 만들고 가꿔온 '안철수'라는 개인 브랜드 덕분에 안철수연구소는 더 검색되고 더 많은 이들을 홈페이지로 이끌며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언론과 잠재적 사용자에게 더 자주,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일반인들을 매료시킬 '스토리'가 없는 경쟁사-이를테면 하우리나 시만텍, 이스트소프트 등-들이 아무리 백신을 잘 만들어도 네이트 '시사' 탭에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일테니 말입니다.

제품은 노력하면 경쟁사도 잘 만들 수 있고 창업 스토리야 제각기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동경하는 '사람'은 안랩만 가지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우리나라에 백신업체가 안랩밖에 없는줄 아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연유로 혹시나 안랩이 잘못한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고객들은 '안철수가 그럴리없다'고 개인과 회사를 동일시하며 다른 회사에 들이미는 잣대에 비해 한층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리라고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PI를 가지고 있어 이름만 대면 스토리가 떠오르고, 특정한 대명사로 표현 가능한 인물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마사 스튜어트- 리빙,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앨 고어- 환경, 타이어 우즈- 골프, 잭 웰치- 경영, 워런 버핏- 투자, 배상면- 전통주, 하선정- 요리, 손석희- 토론, 홍석천- 다양성, 차범근- 축구, 박지성- 맨유. 이들은 거꾸로 리빙- 마사 스튜어트, 부동산- 도널드 트럼프 등으로 해도 크게 연상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리- 하선정은 좀 아닌 것도 같고 축구- 차범근은 왠지 박지성에 밀리는 느낌이지만..)

우리도 미래에 이런 대명사로 기억될 수 있다면 회사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대개 PI는 독특한 스토리와 그 지속, 그리고 거기 깃든 배울만한 교훈으로 완성되어 가는데, 정보의 공공재화로 모두가 똑같아지는 시대에는 PI는 있으면 더 좋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없으면 안되는 필수적 성공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이나 저나 좋은 스토리를 꾸준하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다."
                                                             - Walter Lander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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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학생들이 방문해 견학이나 창업에 관한 질문을 하고 가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수능을 고작 80여일 남긴 고3학생이 방문했다. 그 친구도 창업을 하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알음알음 멤버들도 모아 동아리 형태의 그룹까지 만들었는데 애석하게도 주어진 발표시간 동안 정확히 뭘 하고 싶은건지 조금도 소개하지 못했다. '사업'이란걸 하기 위해 일단은 좋은 멤버들이 모였고 아이템은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아직 자신들이 동아리인지 회사인지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고 무얼하려고 모인 그룹(?)-그들은 자신을 그룹이라 표현했다-인지도 분명히 정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화가 바짝 나서 한참 혼을 냈는데 대화 말미에 그래도 그 그룹의 대표라는 친구는 자신이 수능 준비할 시간을 좀 손해봤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목적과 계획을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그 친구도 이 블로그를 볼텐데, 내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설플 때 TNC의 노정석 대표님이 추천해 준 Guy Kawasaki의 <The Art of the Start>(역서: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를 정독해 보기를 강하게 희망한다. 특히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성경구절과도 같은 1장.

직접 얘기해주면 될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의 굴욕(?)을 잘 기억해 6년 뒤에는 이유없이 혼낸 선배를 뛰어넘을 것. 둘째, 여전히 조직의 구성 목적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이들이 '자신있게' 리더 완장을 차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6년 뒤, 10년 뒤는 굉장할 것이다.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으니. 그렇담 둘째 사유에 해당하는 이들은 긴장을 좀 해야하지 않겠는가.

(제목 짓다 생각해보니 혹여나 내 진심같지 않게 학생이 진짜로 상처받았을까 걱정이다. 학생, 귀하는 용감했다. 화이팅!)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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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부터 정확히 3년 전, 2006년 8월 14일은 바로 위자드닷컴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비친 날이었습니다. 일찍부터 조금씩 경험을 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멤버 전원이 앳된 대학생들이었지요. 6월에 연세대 창업센터의 서너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 무더위에 팬티만 입고 일한지 두 달여 만에 위자드닷컴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iGoogle도 미국에만 있던터라 한국 유저들을 위해 처음 등장한 개인화 페이지였지요. 마침 당시 들끓기 시작하던 웹2.0 붐과 함께 위자드닷컴은 오픈 이후 큰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닫힌 포털을 극복할 대항마'로 조명했고 사용된 JavaScript 코드나 Cross-browsing hack들은 우수 사례로 몇몇 책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많은 가입자들이 들어오고 유저들의 열성적인 피드백 속에 위자드닷컴은 그 해 10월과 12월 베타 2와 3로 빠르게 버전업을 했지요. 이후 개인화 페이지 분야에서는 한국의 카테고리 킬러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위자드웍스 회사 홈페이지의 히스토리를 보시면 이 이야기의 이후 전개는 더욱 자세히 보실 수가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인 것 같아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보지요. :-)

지금 와서야 밝힐 수 있지만 2007년 말쯤 우리는 개인화 페이지가 왜 쉽지 않은가, 왜 더 많은 유저에게 어필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아 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는 사람들이 단지 꾸미기가 '귀찮아서' 개인화 페이지를 안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건 오산이었죠.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도 잘 모른다'가 근본적인 해답이었습니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과도한 선택을 주고 '자유로운 포탈이야, 좋지?'라고 해봐야 당연히 공감이 안됐던 것이지요.

이후 위자드웍스는 개인화 페이지 개발에서 손을 떼고 위자드닷컴을 위해 이미 많이 가지고 있던 위젯들을 들고 위젯 전문 회사로 변신합니다. 위젯도 어떻게될지 몰랐지만 어쩌면 당시는 좀 절박했죠. 결국 오랜 시간 또 라면 먹으며 위젯을 설파한 결과 블로그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회가 왔습니다. 마침 해외에서는 Facebook이 플랫폼을 오픈하며 많은 위젯 회사들이 소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어 히트를 쳤습니다. 그게 불과 작년, 재작년에 일어난 일들이지요.

오늘날 위자드웍스에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 위자드닷컴의 런칭 3주년이 왜 제게 이 긴 글을 쓰게 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을 하는데 있어 모든 일에 분명한 이유가 있더라 하는 것입니다. 기껏 고생해 위자드닷컴을 2년 죽어라 만들어 놓고 수익은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안났지만, 그게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자드웍스가 결코 있을 수 없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자드닷컴 하면서 우연히 위젯이라는 네모나게 생긴 우스꽝스런 정보상자를 우리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걸 들고나와 블로그에 붙여 봤더니 사람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길래 거기에 살짝 광고를 붙여 보았더니 그게 200일만에 1억 3천만 PV를 올렸던 W위젯이었고, 이에 맘 먹고 '위젯 마케팅'이라 이름을 붙여 사업을 했더니 그게 지금 연 10억 정도는 해주는 매출원이 되었습니다.

웹 위젯을 하다보니 데스크탑 위젯은 안만드냐고 해서 부가가치 전혀 없지만 또 그것까지 하게 되었고, 그랬더니 '얼래? 여기에 온갖 위젯 다있네요?' 해서 SKT, LGT의 모바일 위젯 사업까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포털 제휴도 한 두 군데 작은 데부터 꾸준히 하다보니 결국 네이버까지 하게 됐지요. 위젯을 꾸준히 하다보니 또 자연스레 해외 위젯업체의 SNS 진출과 마찬가지 형태로 싸이월드 오픈 플랫폼에도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죽 정리를 해보니 지난 3년의 시간들이 딱히 그렇게 성공했거나 두드러지게 업계에 의미를 남긴 것은 아니었지만 제 개인에게나 회사 조직에게나 어떤 어려운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떨쳐버릴 수 있는 증거가 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필연적'이었던 그 전 단계의 어려움이 존재했기에 그 다음의 좋은 방향으로 계속 우리의 위치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위자드웍스에서도 직원들이 월급 60만원 받고도 '이제 월급이란게 나온다'며 신기해한적도 있었고 겨울에 히터가 없어 이불 덮고 코딩하고 맨날 라면먹고 그런 벤처다운 에피소드야 숱하게 있었지만, 그런 벤처의 '상태(status)'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니까 차치하고 오늘은 벤처의 '위치(positio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처음 하던게 잘 안되서 곤혹스럽거나 사람들이 빠져나가거나 갈팡질팡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긴박한 위치에 서 있어도, 그 곳 어디엔가는 크건 작건 분명히 다른 위치로 통하는 힌트가 숨어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자드도 처음에 여러 창업멤버가 군대다 학교다 해서 떠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나 회사는 밖에다가는 차마 말도 못꺼내고 속으로 '아이고 이제 망했네', '죽겠네', '어쩌나' 하는 생각을 매번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회사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위치가 있고 조직이 그것을 믿고 있다면 또 누군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다시 우리를 천천히 이동시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예상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열심히 만들어 까봤더니 빈 깡통이더라 하는 상황에서도 여기서 가깝고 유용한 다음 위치가 어디인가만 빨리 찾을 수 있으면 계속 살 길이 생기더라 하는 이야기이지요.

그러고보니 저나 회사가 여전히 요만큼도 성공한 주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회상하고 감히 무언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저는 다만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위자드웍스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위자드웍스에 몸 담았던 숱한 동료들을 위해, 위자드닷컴의 3주년을 마음으로부터 기념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 것이니 너무 노여워 하지는 말아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저는 단지 그분들께 희망과 긍정의 엄청난 힘을 저와 회사의 체험으로부터 조금 전달하고자 했던 것 뿐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매 순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위자드웍스가 계속 위치 변화하며 살아온 이 기적적인 시간을 증거로 삼아 앞으로 임하는 싸움은 더욱 더 긍정적으로, 더욱 자신있게, 그리고 있는 힘껏 온몸을 던져 하나라도 더 체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항상 잘되지만은 않겠지요. 그래도 또 훌훌 털고 일어날 겁니다. 인생은 기니까요.

혹시 지금 좀 힘든 분이 있다면 '인과관계'의 강력한 힘을 믿으세요. 다음 위치로 이동해서 오늘을 추억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그 땐 저도 좀 도와주시는거 잊지 마시고요. :)

그럼 우리 모두 계속 화이팅입니다!

(업데이트가 완전히 중단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온갖 XML을 읽어다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따끈따끈한 뉴스와 블로그 글, 날씨 등의 새소식을 불철주야 전달하는 위자드닷컴의 오랜 노고(?)에 감사하고, 또 역시 업데이트를 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용해 주시는 3만 명의 고정 유저들에게도 큰 감사함을 돌립니다. ^^)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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