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블로깅인 것 같습니다. ^^;

지난 일주일간 웹2.0엑스포 참석차 미국 출장을 다녀 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알찬 블로깅으로 많은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했는데 행사 자체가 작년보다 많이 부실했던 관계로 서울에 돌아와 조금 공부를 해서 올리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하나만 올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번주 내내 웹에 있어 최근 부각되고 있는 큰 흐름들-OpenSocial과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SNS, DataPortability를 비롯한 일련의 정보 주권 운동, 그리고 위젯-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좀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공부 좀 해야겠네요 ^^;

아래는 오늘자로 전자신문 칼럼에 게재된 이번 엑스포에 대한 단상입니다. 업계의 선배님들이야 이미 모두 알고 계시는 내용들이지만, 아직도 웹2.0, 3.0 하는 분절적인 용어 마케팅에 현혹되는 이들이 있어 조금은 공격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건승해 2009년에는 좋은 소리만이 들릴 수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샌드위치 연휴지요?
모두들 행복한 휴일 되세요 ^^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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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해진 <웹2.0 엑스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금 웹2.0 엑스포가 한창이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작년과 너무나 다르다. 그 활기차던 창업자들도, 열띤 토론의 장도 쉽사리 찾을 수가 없다. 전세계에서 모인 인터넷 선구자들의 뜨거운 축제가 정말 차갑게 식어 버렸다. 처음 2.0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인물이자, 이 행사를 4년째 주최하고 있는 팀 오라일리는 키노트에서 여전히 웹2.0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강한 어조로 자위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참가자들은 올해 행사를 통해 2.0이 이제는 거품만 잔뜩 낀 싸구려 마케팅 용어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서울에서 미국발 2.0 거품 기사들을 접하면서도 동요하지 않았는데, 필자는 멀리까지 날아와서 아주 냉혹한 현실을 느끼고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성공한 웹2.0 벤처의 부재


벌써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5, 팀 오라일리가 과거 10년간 성공한 웹서비스들을 분석해 공통적인 성공분모를 제시하며 바로 이것이 웹2.0이라 했을 때 사람들은 일제히 열광했다. 99년 닷컴 버블 이후 계속 침체 기로를 달리던 웹서비스 창업은 제2의 구글, 2의 아마존을 꿈꾸는 이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 동안 돈만 쌓아두고 있던 투자자들도 엄청난 물량을 2.0 사업을 하겠다는 벤처에 집행하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에는 다시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몰려 들었고 하루에도 십여 개씩 신생 웹사이트가 쏟아져 나왔지만 실상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필적하는 대성공을 거둔 서비스는 결국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닷컴 버블을 통해 한 번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투자자와 언론들은 이 때문에 금방 거품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적이던 2.0 엑스포가 불과 일년 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성공 모델의 부재. 이 모든 것이 불과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이제는 단지 멋진 말 한마디로 그들을 현혹시킬 수 없다. 업계가 아주 현실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다시 예쁘게 포장된
3.0 개념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얼마전 국내에서 우리는 웹3.0 기업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가 블로거들의 냉소를 받은 회사가 있었다. 해외에서도 벌써부터 무언가 좀 더 새로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3.0이 가끔씩 고개를 들고 있다. 2.0의 대표적인 개념으로 일컬어지는 참여, 공유, 개방, 집단지성 등에다가 개인화와 인공지능(또는 시맨틱웹)을 추가하면 그것이 웹3.0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우리를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울어야 할까? 필자가 느끼기에 웹서비스 업계는 웹2.0 이라는 용어를 최근 2-3년 새에 너무나 잘 이용해 왔다. 침체된 업계 전체를 활황으로 만들기에 2.0이라는 분절된 용어 마케팅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실체 없음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지금이다. 이제 우리 업계는 어떻게 할건가? 다시 어줍잖은 개념들을 몇 개 섞어 3.0으로 예쁘게 포장해야 할 것인가?

웹2.0, 웹3.0은 없다. 오로지 연장선상의 웹이 있을 뿐.


이제 우리는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는 실은 우리도 몰랐던-또는 애써 피하려 했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해 2.0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접하고는 서점에서 2.0 개발론, 2.0, 새로운 세상 따위의 보나마나한 책을 고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제 우리는 사실대로 말해줄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솔직히 반성하고 싶다. 이제 와서야 깨달았는데, 웹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웹일 뿐이었다고. 2.0 3.0, 또 최근 이야기 나오는 소셜 웹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결국은 그저 웹이 발전하는 과정의 일환일 뿐,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실은 오라일리가 이야기한 2.0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결국 마케팅 용어로 변질된, 그래서 몇 년간 잘 이용해 온 단어에 대한 같은 마음의 회의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웹2.0이란 없다. 또 그럴싸한 이론으로 무장해 웹3.0이라 포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가짜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웹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또한 내일도 있을 연장선상의 웹일 뿐이다. 변화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코 분절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2.0 따위의 단어를 달고 하루 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싸늘해진 2008년의 2.0 엑스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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