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작년 7월에 '일에 집중하겠다'는 글을 남긴지 8개월 만입니다. 글에서 밝힌대로 외부 강연을 끊고, 인터뷰를 사양하며 저는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값진 시간이었고 제가 일하고 있는 두 회사에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다보니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우선 그간의 회사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위자드웍스는 작년 한 해 굉장히 다이내믹한 한 해를 살았습니다. 몇 년간 노력해 키워온 위젯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업구조의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2009년 12월에 열린 컨퍼런스에서 제가 '한국은 절대 스마트폰이 될리 없다'고 말했을만큼 시대 변화에 둔감했습니다. 때마침 직원들 일부가 분사해 독자적인 회사를 차리는 아픔도 겪었고, 학내 벤처로 시작해 저작권에 무지했던 탓에 정품 S/W 단속에 걸려 8천만원을 무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또한 퇴사한 직원이 가지고 있던 회사 주식을 되사줄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생각해 또 8천만원을 들여 되사들이는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작년 한 해는 위자드웍스에게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위자드웍스는 또 한 번 잘 살아 남았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스마트폰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워낙 오랫동안 위젯을 만들며 작은 화면을 설계하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T스토어와 KT의 올레마켓,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한 해 80종 이상의 앱을 쏟아냈습니다. 위젯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매직데이'는 모바일 앱으로도 큰 사랑을 얻어 하루 30만 명이 매일 실행하는 앱이 되었고, 그간 내놓은 앱들은 도합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모바일 시장에 가장 빨리 적응한 회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만 우리 직원들이 정말 잘 버텨냈습니다. 다시금 이 지면을 빌어 우리 멤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현재 저와 스태프들은 위자드웍스가 흔한 모바일 앱 개발사를 넘어, 2006년 위자드닷컴 런칭 이후 견지해 온 '혁신적인 웹서비스 업체'의 비전을 지켜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새로운 웹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느라 작년 한 해 큰 히트작이 없었지만 우리는 다시 안정 궤도에 올라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루비콘게임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년 1월, 제가 의기양양하게 창업멤버를 모집하는 이 글을 띄운 이후 10여명의 멤버들이 모여 닻을 올렸고 처음에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 멤버들로 어떻게 훌륭한 소셜 게임을 내놓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뽀잉뽀잉과 슈팅스타, 그리고 스타시티가 출시되었고 조금씩 게임 회사의 '구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선배 회사들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지만 적어도 이제 '꼴찌에서 시작했던 회사' 루비콘게임즈가 1등을 꿈꾸는 게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비콘의 새 게임은 5월에 출시됩니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배고픈 회사이기 때문에 루비콘 멤버들의 마음은 절실합니다. 절실함이 극단에 치달았을 때 자기도 모르는 잠재력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에 저와 멤버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새로나올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식이 뜸했던 한 해 저는 이렇게 살아 왔습니다. 두 회사가 매우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으면서, 강연과 인터뷰를 끊고 생긴 제 시간은 고스란히 회사에 투입되었습니다. 루비콘을 새로 세우면서 혹자는 '하나도 하기 힘든데 두 개나 하다니 절대 잘 될리 없다'고 힐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위자드 주주들은 만약 루비콘을 하지 않았다면 위자드의 사업 지평이 얼마나 좁아졌을까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로 12년 차에 접어들면서 깨닫는 것은 무슨 일이든 항상 적극적으로 벌리고 있지 않으면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기회의 진주들을 내가 걷는 길에 열심히 뿌리고 다녀야 언젠가 그 진주 중 일부가 다시 돌아와 우리에게 더 큰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지금 '그게 되겠어?', '너무 튀지는 않을까?'하는 소극적인 생각에 움추리고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뿌리고 다니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제 두 회사가 새로운 꿈을 꾸며 안정 궤도에 들어선 지금이 다시 진주를 뿌리기 시작할 때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책을 한 권 들고 나왔습니다. 이 책은 우선은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가 살아온 이야기를 사실대로 기록한 책입니다. 조금 멀게는 제 첫 회사였던 다드림커뮤니케이션과 NGO인 한국청소년벤처포럼이 만들어지고 이뤄온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목적은 요즘의 대학생과 20대에게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뛰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경쟁이 없는 길로 가야만 내가 조금만 뛰어도 나밖에 안보이기 때문에 내 노력이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점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만의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평범하게 대학생이 된 그들이 날카로운 촉을 기르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에 집중해야할지를 나름의 체계와 순서를 가지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삶에 체계와 순서라는 것이 있을리 만무하지마는 저는 본격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지 않기 위한 자기 계발서'가 하나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이 책을 썼습니다. 서가에 모든 책들이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직장, 공동체로부터 인정받는 이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왜'에 대한 답으로,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픈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만나고픈 사람을 언제든 만나기 위해서는 그가 나를 만나고 싶을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전문분야라고 말입니다. 자신만의 전문분야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서는 이글루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채다인'님이 삼각김밥 리뷰를 쓰며 유명해진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가 처음 한 두 개의 리뷰를 올릴 때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 리뷰가 100개, 200개를 넘어가며 이제는 어엿한 '편의점 음식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 주변에 널린 소재를 가지고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설사 그 소재를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한 평범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관찰과 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촉을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정성을 다해 담았지만 이것이 100% 이해가 되기는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다만 저는 성공과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반드시 모두가 뛰는 판에서 끝내 1등을 하는 '마라토너'와 같은 삶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낮에 나무 밑둥에 누워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나 목욕을 즐기다 부력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와 같이 '여유 안에서 색다른 것을 발견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우리 젊은 세대가 인지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사회가 흔히 이야기하는 'No pain, no gain'이라는 말 역시 우리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대단히 짓밟는 명제일 수 있습니다. 고통이 있어야 더 많이 얻는다니 이만큼 획일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기왕이면 과정에 고통이 적다면, 더 많이 얻으리라는 'Less pain, more gain'(연세대 김주환 교수님 <행복론> 강의에서 인용)의 삶도 있다는 것을 우리 젊은 세대는 이해하고 부디 다르게 생각하는 눈을 떴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은 분명 외로움이 따른다는 숙명적 고통이 있겠지만, 그 고통은 다른 또래들이 겪지 못하는 나만의 고통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큰 축복입니다. 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또래집단의 동등한 경쟁과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노력이 바로 눈에 띄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훨씬 더 행복하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삶이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요즘 오랜만에 다시 강연을 시작하고 젊은이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그들 모두가 다른 길을 열망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자극해 그 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내가 다니는 토익 학원이 다른 삶을 살고픈 다른 친구를 토익 학원으로 보내고, 다시 그 친구가 학원을 가는 활동이 나를 자극해 나 역시 계속 학원을 다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답답한 현실인가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책을 썼습니다. 사실 걱정이 많아 작년 한 해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작년이 제가 일한지 딱 10년이 된 해였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정중히 거절을 하다 어느 출판사 편집장님의 메일로부터 마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출판사가 계속 해서 제안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독자들이 듣고싶어 하는 메시지를 당신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많은 욕을 먹으며 살아 왔습니다. '어린 애가 나댄다'부터 '빈 수레가 요란하다' 류의 이야기인데 이런 말들이 어려서부터 정말 많은 상처가 되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나대'거나 '요란'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의 요청에 응하며 살아온 것인데 그런 비난을 받게되는 것이 몹시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위자드웍스를 시작하고는 최대한 일과 관련된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중심으로 활동하기도 했지요. 작년 7월에 '이제 같은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것 역시 그런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편집장님의 이야기로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온갖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 두려워 진짜로 이야기가 필요한 수많은 후배들에게 해줘야 할 메시지까지 일부러 죽이고 숨기는 것은 십여년간 선배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독차지하며 살아온 후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란 생각 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큰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제가 책을 낸다는 것이 참 남사스럽고 앞서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있지만, 적어도 감히 제가 논할 수 없는 사업 성공기나 창업론 같은 책이 아니라 후배 학생들을 위한 '다른 삶 지침서'정도라면 선배님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책이 나오고 나서 한가지 좋았던 것은 12년간 함께 일한 동료들이 참 행복해 했다는 것입니다. 남들에 의해 긍정적이나 부정적으로 확대 재생산된 이야기가 아니라, 온전히 제 입으로 저와 동료들이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고 10년을 끝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옛 동료들이 저마다 책을 사서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연락을 해올 때, 내가 또 '빈 수레'라 욕을 먹을지라도 나를 믿고 함께해 준 이들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 왜 이 혼란스런 시기에 책을 내게 되었나를 설명하고 변명하는 글을 마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책의 초고는 사실 60년대 6.3세대의 학생운동과 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사회 변혁의 '주체'로 살아온 대학생들이 왜 공통 명제의 상실과 함께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객체'로 둔갑했나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게 된 그들에게 민족과 사회적 가치에 눈뜨게 한다면 많을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책의 첫 장으로부터 무려 100페이지 가까이 다뤘지만 너무 사회과학 책 같다는 출판사의 지적에 따라 '통편집'되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중학교 3학년 제가 창업하기 이전까지의 수줍은 학생시절 이야기 역시 조금 지루할까봐 통편집했습니다.

책이 나온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판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블로그를 통해 위의 내용이 포함됨 이야기를 한 토막씩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미리 이야기를 만나고픈 분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일독을 권합니다. 인세는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의 이름으로 좋은 곳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유난히 길었던 작년 추석연휴 기간 열흘간 씌여졌습니다. 어차피 그냥 흘려버릴 시간에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에 하루 12시간씩 글을 썼습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 책에는 3개월 정도 걸렸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연휴를 이용한거라 제 시간에는 별로 지장이 없었습니다. 또 누군가 '사업하는 사람이 일할 시간에 딴짓했다'고 할까봐 미리 밝힙니다. 저는 모두가 노는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앞으로 글을 자주 쓰겠습니다. 진주를 뿌려야지요. 몇달 간 제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니 깨달음이 또 하나 있습니다. 내가 '꽁' 박혀 내 일 하는거나, 밖에 나가 사람 만나는거나 성과를 놓고 보면 비슷비슷합니다. 혼자 고민하면 도와주는 이가 없어 더 힘이 들기 때문에 절대적 시간이 많아도 결과가 대단히 월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래 하던 것처럼 사람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요즘 생각, 고민 들려주다 보면 그들이 하나 둘 다가와 도와주기 때문에 절대적 시간이 좀 적어도 성과의 총량은 비슷합니다.

아, 그래서 시간이 약입니다. 배울게 끝도 없습니다.

- 표철민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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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앞으로 당분간만이라도 온전히 '제 시간'을 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수 년을 정신없이 살다가 최근에 문득 캘린더를 열어보니 제 일상의 7할은 강의, 인터뷰, 모임 등 남을 위한 시간이더군요.

실제 강의나 인터뷰를 하는 시간은 한 두 시간이지만 그 한 두 시간 만나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 사실 뒤에선 수십 시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위젯 이반젤리스트'로 자청하고 나섰던 2007년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거의 매주 수십 시간을 남의 만족을 위해 사용한 셈입니다.

그래서 한 5월부터인가 저희 홍보팀에 주문한 일은 회사 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청년 창업이니 기업가 정신이니 하는 인터뷰 요청들을 모두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6월부터는 그동안 만난 분들이 감사하게도 여기저기 불러주신 여러 모임들에 나가지 않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임들에는 저마다 너무나 훌륭하신 분들이 많지만 제가 계속 남의 시간을 살다간 머잖아 그 모임들에 낄 수 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불러주신 감사한 분들께는 이 지면을 빌어 넓은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7월 이 달부터는 조금 더 나아가 강의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의는 제 시간을 잡아먹는 매우 큰 요인입니다. 청중은 언제나 새로운걸 원하고 기왕이면 더 재밌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는 못베기는 성격이라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래서 그걸 일부러 좀 끊기로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하나씩 제 시간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종종 오해하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저기는 인터뷰 해놓고 우리가 해달라니 안해주네?'라거나 '이제 우리 모임은 필요없다 이거지?'하는 제게는 매우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혹시나 그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나 또는 앞으로 비슷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생길까봐 제 개인적인 결심을 오늘 이 글로 분명히 밝혀두는 것입니다. 머잖아 제가 더 좋은 인터뷰이가 되고 더 좋은 모임 멤버로 거듭나기 위해 잠시 제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려는 것이니 제 주위 모든 감사한 분들의 양해를 거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루비콘게임즈를 새로 세우고 소셜 게임을 만들면서 한 가지 깨달은게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소셜게임 업계 1,2위인 안철수연구소의 사내벤처 고슴도치플러스와 선데이토즈는 요즘 굉장히 좋은 게임들을 적시에 내놓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데에 사람들은 단지 '조금 빨리 시장에 진입했다'거나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자신들도 맘만 먹고 창업을 하면 누구나 고슴도치나 선데이토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슴도치는 똑똑함과 겸손함을 두루 갖춘 송교석 팀장님의 리더십 아래 2007년부터 OpenID 서비스 IDtail, Digg.com과 유사한 펌핏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낸 여러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8년 누구보다 먼저 오픈소셜의 가능성을 발견해 현재의 빛을 보게된 것입니다.

선데이토즈 역시 한게임에서 플래시게임 개발팀장으로 숱한 플래시게임을 직접 개발해 온 이정웅 대표님의 전문성과 오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역시도 이미 2008년부터 facebook에 RPG게임을 만들어 넣을 수 있는 개발툴을 개발했다 참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의 선데이토즈가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요즘 그들이 이미 앞서 걸었던 길을 우직하게 다시 따라서 걸어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미 작년 10월에 내놓았던 미니게임들을 우리는 이제야 내놓고 있고, 그들이 요즘 선보이고 있는 멋진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우리는 이제서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영학에서 배운 이론대로라면 후발주자는 이른바 '차별화 전략'을 써야만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남이 하지 않고 있거나 하지 못할 일들을 해야만 그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소셜게임을 예로 들면 남이 가지 않는 플랫폼에 들어가거나 남이 만들지 않는 게임을 만들거나 또는 회사의 역량을 개발이 아닌 다른 곳에 쏟는 것들이 차별화의 한 예가 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루비콘게임즈의 모든 구성원이 완전히 우직한 길을 걷게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네이트가 앱스토어를 연다며 위자드웍스를 찾아왔을 때 저는 '남들이 다 소셜 게임을 하니 우리는 소셜 앱을 해야겠다'거나 '남들이 개발에 치중할 때 우리는 마케팅을 더 잘할 방법을 찾자'라며 온갖 잔꾀를 부리다가 후에 크게 후회했습니다. 제가 마케팅에 치중하기 위해 대학생 마케터 수십 명을 뽑아 트레이닝하고 있을 때 고슴도치와 선데이토즈는 우직하게 게임을 개발해 요란한 홍보 없이도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제가 깨달은 큰 배움이 바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입니다. 요새 보면 무슨 시뮬레이션 게임들 소스를 디컴파일해 내부 구조를 보고 뚝딱 비슷하게 만들어 버리겠다거나, 우린 맘만 먹으면 지금 소셜게임 하는 업체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거나 하며 당장이라도 고슴도치나 선데이토즈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또는 한 술 더 나아가 당장이라도 Zynga나 Playfish가 될 수 있다고 외치는 팀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 절대로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요. 그래서 당장 가진 것도 없으면서 내가 그들이 되고자 하면 크게 체합니다. 제가 바로 우직함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꾀를 부리다 꼴등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해보겠다고 팀을 꾸려 돌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배웠던 것을 우리도 배워야만 하고 당장 우직하게 가는 것이 손해인 것 같아 보여도 길게 보면 지금 한참 뒤에서 손으로 이삭을 주우며 가는게 언젠가 같은 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 우리만의 경쟁력이 될지도 모르는 입니다. 지금의 1,2등이 똑같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같은 깨달음은 사실 지난 수 년간 '팩트보다 포장'을 중시하는 PR을 담당해 온 사장으로서 대단히 큰 생각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 루비콘을 창업할 때만 해도 '사짜' 냄새 폴폴 풍기며 게임 업계의 겸손한 분들께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던 저의 막연한 의지가 그나마 조금은 건전하게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믿고 싶습니다.

최근에 바로 이런 일련의 깨달음이, 앞서 제가 인터뷰를 끊고 모임을 끊고 강의를 끊어야만 했던 중요한 이유가 된 것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탈난다고 저도 좀 우려가 되긴 하지만 적어도 지난 한 두 달이 제겐 전에 없이 스스로 일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공짜 점심은 없다지만, 혹시 또 모르지요. 제가 이렇게 온전히 제 시간을 써가며 언젠가 지금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면 여러분께 공짜 점심을 보다 자주 대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요. :)

그리고 한 편으론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배설해 놓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같은 이야기는 가급적 안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위젯과 스마트폰 앱, 그리고 소셜 게임 등 사업과 기술에 관한 발표나 인터뷰는 물론 계속 할겁니다. 그건 온전한 제 일이잖아요. :)

어쨌든 앞으로 쓸데없는 얘기 다시는 안하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온갖 곳에 배설해 놓은 것들을 아래에 한꺼번에 정리해 놓고 갑니다. 아래 배설물들도 틀어보면 같은 이야기 하고 또 하고 합니다. 이제는 제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때이지요.

자, 동지들이여 힘냅시다.
언제가 될지 모를 공짜 점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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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철민 올림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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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비콘게임즈 표철민입니다.

지난 4월 22-23일 양일간 역삼동 포스틸타워에서는 <모바일 소셜 네트워킹 컨퍼런스 2010>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첫 날 최근 가장 핫 이슈가 된 소셜 게임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이번에는 준비를 하다보니 아직 소셜 게임 시장이 초기여서 제대로 된 기초 교재조차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조금 힘들어도 며칠 밤을 새어 자료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소셜 게임을 주제로 발표해 온 자료들을 한데 묶고 이를 2010년 4월 22일 최신 수치와 이미지로 대부분 업데이트하여 이번에 공유드리게 되었습니다.

분량이나 내용이 조금 많아 제목을 어찌할까 하다가 소셜게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개론적인 내용을 조금씩이나마 모두 담아놓았기 때문에 「소셜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정했습니다. 「소셜 게임의 많은 것들」이라고 하려다 어딘지 어색해 그냥 좀 거창해 보이더라도 이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아직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며 추가로 다뤄야할 내용들이 생길테지만 '거의'라는 여지를 남겨둔만큼 저도 계속 공부하면서 필요하다 싶으면 분기에 한 번씩이나마 꾸준히 업데이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점점 제목에 걸맞는 자료가 되겠지요. :)

사실 아직 저도 훌륭한 게임을 내놓지 못한 입장이라 이런 자료 공유가 좀 남사스럽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소셜 게임으로 제대로 꼴등 먹은-펀페이퍼- 경험은 아마도 저밖에 없을 것 같아서 뼈져린 실패로부터 배운 것들을 공유드리는 것이니 아무쪼록 소셜 게임을 연구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직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언젠가 반드시 세상이 즐기는 소셜 게임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마인드로 천천히 우직하지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한국의 소셜 게임 개발사, 루비콘게임즈에서 창업 후 첫 공개 채용을 요즘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가 꼴등 경험을 딛고 '제대로 한 번 부딪혀 보자'며 블로그를 통해 의지를 밝히고 새로 창업한 회사이지요. :)

저와 함께 엉덩이 부딪히며 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또 바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모두의 하루하루가 어제보단 나아졌다는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많은 지원과 주위로의 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루비콘의 게임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들도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요 ^^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표철민 올림



많은 분들의 요청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하시도록 올려두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위 자료를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인용하실 때에는 원작자로 루비콘게임즈를 언급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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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내일이면 지난 한 달간 진행되어 온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 공개채용이 모두 끝날 것 같습니다. 이번 채용은 특히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에 처음으로 채용 광고를 냈던 까닭인지 600여분이 넘게 지원해 주셨고 동시에 수많은 지원서와 문의 메일을 접수하느라 부득이 전형 심사 과정이 대단히 지연되었습니다.

당초 구정 연휴 전에 최종합격자 발표가 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열흘여가 지난 이제서야 좀 숨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자드웍스도 그렇지만 루비콘게임즈 창업멤버 모집과 관련되어 보내주신 문의나 지원에도 제가 일일이 회신을 드리지 못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점 그간 너무 많은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느라 그랬다는 변명의 말씀을 드리면서 제가 아무리 시간이 늦더라도 루비콘으로 주신 메일들에는 천천히나마 꼭 답장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먼저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이미 서류전형 결과 메일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이와는 별개로 오늘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에 입사하는 팁, 또는 이 두 회사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 취업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일일이 메일로 사유를 말씀드리는게 마땅하겠지만 600여분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손수 다운받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열흘이 넘게 걸렸으니 부디 부족한 이 글로 갈음하는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난 수년간, 그리고 특히 이번 채용에서 여러 직군의 지원서를 받아 보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것이 모든 회사에서 통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 마음은 빼앗기에 충분했습니다.

1. 정성

보통 보면 채용 사이트에서 공통 이력서 양식을 마련해 놓고 이를 여러 회사에 그대로 [지원하기] 버튼 한 번 눌러서 지원하는 지원자분들이 계십니다. 잡코리아나 인크루트 등 주요 채용 사이트에서 지원하는 회사마다 문구를 고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괜히 그러는게 아닐텐데 지원하는 회사 이름 하나, 그 회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 한 마디 언급없이 그냥 '저는 누구누구입니다. 제가 '귀사'에 입사하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원자가 열정을 쏟겠다는 그곳이 기왕이면 '귀사'가 아닌 '위자드웍스'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본인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다른 지원자들이 지원서를 위자드웍스 로고도 넣고 마법사 그림도 넣고 온갖 정성을 들여 꾸며오는 정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원서가 되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 보시면 아기자기하게 또는 투박하게라도 정성껏 위자드웍스만을 위해 꾸민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온 지원자와 그저 채용사이트 공통 양식으로 지원한 지원자 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지원하는 회사의 비즈니스를 조금만 조사해서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일이 회사의 비즈니스와 어떤식으로 연결되며 어떤 방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조리있게 제시하는 지원서가 있다면 눈이 한 번 더 가지 않을까요?

합격이 안되는 이유는 그 회사만을 위한 정성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뿌리듯이 이력서를 내면 당연히 어디서도 감동을 못받으니 될 것도 안되겠지요. 심지어 저는 매번 채용 때마다 위자드웍스에 지원해 놓고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는 이력서를 만나곤 합니다. 실수도 이런 큰 실수가 없지요.

실력이 전체의 반이라고 치면 나머지 반의 8할 정도는 정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센스

IT 업계에 지원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첨부해 보내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요새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메일의 대용량 첨부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 경우 1주일이 지나면 파일 다운로드가 불가능해지는데 그리 되면 전형 일정이 늦춰지거나 또는 향후에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어서 다시 검토하고 연락드리고자 할 때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리고 많은 지원자를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서 1~300메가에 이르는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압축 풀고 살펴보는게 경우에 따라 간결하게 정리해서 보낸 분보다 눈에 덜 갈 수도 있습니다. 열어보면 대단한게 없는데 오히려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중요한건 과유불급입니다.

또한 메일 제목이나 내용도 그렇습니다. 제목에 그냥 '입사 지원합니다.' 이러면 검토하는 사람이 첨부파일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지원자의 이름조차 알 수가 없고 이럼 무수하게 쌓여있는 메일함에서 경쟁자들보다 튈 수가 없습니다. 메일 내용에서도 그냥 '지원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간단한게 아니라 '본인이 누구고 어떤 분야에 지원했는데 위자드웍스는 어디서 어떻게 처음 접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이번 채용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성껏 작성한 지원서와 충분히 깔끔하게 정리된 포트폴리오를 보내면 툭 던지듯이 첨부파일만 들어와있는 지원서보다 당연히 눈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성이 8할이었다면 나머지 2할은 준비된 정성을 전달하는 센스에 있겠습니다.

3. 마인드

이건 어떤 업체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아서 3번에 배치했습니다.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가 매우 좋은 맨파워를 지향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여전히 라면 먹는 벤처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과 본인의 성장을 동일시할만한 진정한 헝그리 정신의 소유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지원자들 중에는 위자드웍스가 위젯이나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 단지 요즘 트렌드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로, 블로그나 미투데이를 보니 매우 재밌어 보이는 회사라는 단순한 이유로 또는 연봉을 올리며 옮겨탈 수 있는 좋은 징검다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였지만 저는 다음 채용부터는 부디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에 지원하시는 분들이 회사가 기대하는 헝그리 정신을 갖지 못하였다면 지원 조차 하지 않는게 서로의 시간을 세이브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굳이 우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업계에 있는 어떤 업체에 지원하든간에 내 생각과 회사가 기대하는 내 포지션에 대한 생각이 서로 차이가 있다면 본인도 일하기 힘들고 회사도 실망할 것이 자명하므로 처음부터 그 회사가 내가 찾고 있는 회사인지, 그 자리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자리인지, 그 일이 내가 만족해하고 회사도 나의 실력에 만족해 할 수 있는 일인지 부디 깊게 생각해보고 지원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정반대로 실력이나 원래 받던 연봉이 도저히 그 자리에 지원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높았던 분들은 '내 실력을 바닥에서 검증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합류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참 좋은 인재가 들어왔다 생각했지만 그 분들은 대개 오랜 시간을 진득하게 키우기보다는 다음 스탭으로 가는 자원을 확보한 후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건 채용 팁보다는 조직행동 팁이 될 수도 있겠는데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바는 이렇습니다. 실력이 넘쳐 도무지 여기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검증하겠다 또는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합류한 경우는 반드시 우환이 따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이야기가 정말이지 적용되지요. 이는 반대로 실력이 크지 않은데 우연히 여기에 있게된 사람도 너무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러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으로 들어오게 된 사람은 위의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이야기가 거꾸로 적용되지요. (물론 흔치는 않지만 다른 케이스들 - 실력이 넘쳐도 들어온 이유가 나를 검증하는게 아니라 회사의 비전에 완전히 꽂힌 경우는 다릅니다. 또한 경쟁사에 꼭 이기고 싶은 라이벌이 있는 경우도 그렇지요. 이런 이유들로 순수한 열정을 발휘하는 분들을 우리는 존경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과 그 구성원은 서로가 서로의 실력과 필요 수준에 맞는 '안성맞춤'이 있다고 저는 이제야 생각합니다. 내 성격과 실력에 맞는 최적의 짝꿍 회사를 만나는 것이 행복으로의 지름길이겠지요. 물론 처음부터 딱 맞는 회사가 어디있겠냐마는 적어도 저는 안성맞춤을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회사가 생활 속에서 나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 곳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조직원들끼리의 우정이 됐든 일의 재미가 되었든 소소한 간식시간이 되었든 내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회사와 나 사이에 서로 도움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곳은 안성맞춤입니다.

내가 회사에 부채의식을 가져도 안되고 회사가 나에게 부채의식을 가져도 곤란합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주제만 가지고 따로 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채용 얘기하다가 조직행동 이야기로까지 넘어왔는데 어쨌든 막연하게나마 제 배움이 여러분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드리고픈 말씀은 채용 결정의 나머지 반, 바로 실력에 대한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정성과 센스, 그리고 마인드도 다 좋지만 결국은 실력이 수반되었을 때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때가 되고 누군가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다음번엔 실력을 기르는 방법을 좀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의 미래를 믿고 지원해 주신 600여분에 대한 깊은 감사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된 것은 조금은 아쉽게 지원하신 분들에 대한 감히 질책같은 것이 아니라 왜 그 분들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했는지를 정확히 알려드리고 다음에는 더 좋은 정성과 센스, 그리고 마인드로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의 신나는 버스에 올라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는 더 좋은 기회에 더 좋은 조직을 만들어 또 머지 않아 여러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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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굉장히 힘들게 준비했던 TEDxYonsei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TED는 세계적인 통섭 컨퍼런스로 워낙 잘 아실테고 TEDx는 그 branch 형식의 행사입니다. 연세대 학생들이 라이센스를 받아 준비한 행사지요.

저는 여기서 '가지 않은 길'의 가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TED는 정확히 정해진 시간이 18분인데 이 룰도 어기고 무려 30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루할 법도 한데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함께 웃고 공감해 주셔서 참 마음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다보니 저는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구성을 했는데 의외로 학생이 아닌 분들께서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이참에 더 많은 곳에 전하고 가지 않은 길의 가치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내용 중 앞의 이야기는 부족했던 제 10년의 시간이, 그리고 중반부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누구나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함께 낭독한 시는 Robert Frost의 <The Road Not Taken>을 피천득 선생님께서 옮기신 글입니다. 우리말 제목은 <가지 않은 길>이지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강의 제목도 <가지 않은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지어주셨는데 그러고보니 이 한 마디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 있더군요. 저 역시 무식하고 경쟁을 두려워하여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만 모색하며 살고 있고, 지금 경쟁에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부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강연이니 말입니다.

아무쪼록 이 강의가 가지 않은 길을 갈망하는 여러분께 작은 트리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럼 명절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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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인에 뜬 1991년의 오늘(1.4)자 매일경제신문 기사란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기사 속 상상이 대부분 쪽집게처럼 들어 맞는게 신기하다. 클릭해서 살펴보기 바란다. 영상통화에서부터 HDTV, 화상회의, 고속철, 인터넷강의, 위성방송, 홈쇼핑 등 지금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당시엔 '꿈 같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미래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보급도 제대로 안되어 있던 1991년의 한 일간지 기사가 20년 뒤의 모습을 저렇게나 착착 맞출 수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사람은 상상하는 그 방향대로 실현시킨다. 따라서 상상하지 않으면 실현도 없고 변화도 없다. 지금 너나 나나 갈증을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대로 될 것이다. 만약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모두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꿈을 실현시킬만한 산업이나 종목에 장기 투자하면 빛을 보리라.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변화의 흐름을 미리보고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적극 매입해 히트를 친 기록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요새 어딜 다니나 '촉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자들은 간단히 '촉'이라고도 하던데,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소스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세상에는-특히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연결된 세상에서는- 우리가 캐치할만한 정보가 참 많다. 그러나 학생들은 '난 학생이니까', 직장인들은 '내 분야밖에 몰라서' 등의 여러 이유를 대며 자기에겐 어려운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는 정말로 개선 가능한 능력임을 강조하고 싶다.

'촉'의 개발은 비단 사업 뿐 아니라 공부든 현재 맡고 있는 업무든 어떤 분야에서건 보다 스마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마트함이란 같은 결과를 더욱 단 시간에 만들어 내거나 또는 남과 같은 시간에 남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신년인사로 쓰려다 살짝 무거워졌는데, 2010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변화의 키워드가 있다면 나는 단연 바로 이 '촉'의 개발을 꼽고 싶다. 같은 현상을 보아도 그 의미를 남다르게 잡아낼 수 있는 진기한 사람들이 주변에 우글거린다면, 2010년은 작년보다 훨씬 더 재밌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에 직접 뛰어들게 하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나만 발견한 것 같은 촉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뛰게 만들 것이다. 그러다보면 또 한 20년쯤 뒤에는 그 안에서 모두의 꿈을 실현시킨 주인공들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여러분들의 '촉'이 세상을 꿰뚫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조금 실무적으로 '촉'을 기르는 훈련을 위해서는 컨설팅 펌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사용한다는 Logical thinking류-서울시 맨홀 뚜껑 갯수 맞추는 문제를 필두로 하는-의 사고를 생활화하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겉멋까지 닮으란 얘긴 아니고.. ;)

이 블로그 주요 고객이 대학생들이다보니 제 자신부터 어줍잖은 사람이 감히 자꾸 조언 따위를 하게 되어 걱정이다. 어쨌든 모두들 해피뉴이어~!

- 눈이 엄청나게 내린 2010년의 첫 출근날 상암에서, 표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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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에 있었던 SK커뮤니케이션즈 Nate DevSquare 개발자 세미나 행사의 발표자료를 공유합니다. 진작 올렸어야 했는데 요즘 부쩍 바쁘네요. 주제는 SNS 위에서 동작하는 소셜 애플리케이션들이 어떻게 사용자를 유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Facebook 플랫폼 위에서 동작하는 Playfish, Zynga 게임들을 중심으로 분석했고, 이 발표를 위해 자료를 완전히 새로 만든 만큼 관련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께는 작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발표용으로 만들어진지라 그림이 너무 많아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전달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그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하면 '열심히 나의 social activity를 친구에게 feed로 알리고 있고, 친구와는 별개로 나를 lock-in시킬 다양한 이벤트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정도 되겠습니다.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lock-in factor를 정리한 내용이 마지막 챕터 6에 나옵니다. 결국 이 자료의 핵심은 마지막 두 페이지가 되겠네요. ^^

이제 9월 30일이면 싸이월드도 OpenSocial을 적용한 소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On-air 함으로써 한국에도 소셜 앱스의 시대가 본격 개막합니다. 처음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앱스토어'류 중에서는 가장 의미있는 시도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의 소셜 플랫폼, 소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자세하게 다룰 일이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이번 자료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표철민 드림

<소셜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유치의 기술>


크게 보시려면 위의 좌측 하단 [Full] 버튼을,
자료를 다운 받으시려면 [Menu]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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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나름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오늘은 취업 팁을 좀 공유하려 한다. 요새 우리같은 벤처기업으로 넘어오는 이력서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면 확실히 취업문이 좁긴 좁은 모양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왠만하면 대기업이 공급을 대부분 소화하기 때문에, 정말 뜻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유능한 졸업 예정자를 바로 수혈 받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벤처기업이다.

어쨌든 오늘도 이력서를 오후 네 시 반부터 봤으니 중간에 식사시간 빼고 대략 세 시간 반쯤 본 것 같다. 약 백 명 조금 더 되는 이력서를 봤으니 1인당 평균 2분 6초씩 본 것이다.

우리는 그나마 대표가 직접 이력서를 검토해 실무 면접으로 보내지만, 대기업은 지원자의 규모도 수십, 수백배에 달하니 인사팀이 따로 있는걸 감안해도 2분 6초 보다 오히려 더 적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력서를 읽을 상대를 '확 어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분 6초가 평균값이란 말이지 그 중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20초만에 넘겨버린 것도, 아주 훌륭해 5분 넘게 차근히 읽어본 것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는 '확 어필하는' 이력서의 팁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제목부터 제대로 써라.

간혹 보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일단 제목부터 명확하게 지원분야와 이름, 그리고 그 의지를 밝히는게 눈에 튄다. 예를 들어 '[웹디자인] 표철민입니다.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와 같이 말이다.

2. 메일 내용을 정성껏 써라.

많은 이들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 첨부해 놓고 정작 메일 내용은 성의 없이 쓴다. '이력서와 자소서 첨부했습니다. 좋은 인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고 끝이다. 다른 이들이 보다 더 상세하게 메일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려고 노력하므로 짧은 메일은 상대적으로 성의 없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할 말이 없어도 최대한 예의 있고 정성 들여 5줄~10줄 내외의 내용을 적으면 첨부파일을 아무래도 더 제대로 읽어보게 된다.

3. 이력서의 디테일에 신경 써라.

학력이나 경력 등 이력 자체는 이미 내 삶의 궤적을 통해 다 정해져 있다. 그러니 나를 돋보이게 하려면 이력서의 형식과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회사 이름이 '위자드웍스'인지 '위자드 웍스' 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나같은 꼼꼼한 사람에게는 굉장한 차이다. 특히 입사해 글을 써야 하는 문과쪽 사람들에게 디테일은 생명이다. 스페이스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안 띄어져 있는 경우나 띄지 말아야 하는 곳에 괜히 띄어놓은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가 두 번 띄어져 있는-센스없는 사람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다시금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가급적 심미적이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의 상하좌우 여백을 확실히 주어 비좁아 보이지 않게 하고, 폰트도 요새 왠만한 직장은 다들 오피스2007을 사용할테니 궁서나 명조보다 맑은 고딕을 선택해 깔끔함을 더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곳에 색깔을 많이 쓰지 말고, 폰트 사이즈는 9~11 사이로 모든 내용을 처리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디테일 오류의 또 다른 황당한 예가 다 잘 적어 놓고 마지막에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며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는 경우다.

4. 인상좋은 사진을 써라.

지원서들을 보면 사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서에서 사진은 외모를 강조하려고 붙이는게 아니다. '인상'을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다. 파란색이나 검정 계열의 배경색을 피하고 지원자의 얼굴과 배경, 옷이 모두 밝은 분위기를 띄게 하는게 좋다. 가급적 편한 인상이 강조되도록 애써라.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진은 이력서 사진에 이를 드러내 보이며 호탕하게 웃어보인 사진이었다. 내 인상이 날카롭다 생각되는 사람들은 차라리 환하게 웃어라.

5. 자소서의 앞뒤 논리

간혹 자기소개서를 보면 앞뒤 논리가 전혀 안맞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어릴적에 굉장히 소심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라는 내용을 예로 든다면 이는 무슨 소린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지원자의 의도는 '어려서 그랬는데 그걸 극복하려고 중간에 블라블라를 해서 이리 되었다.' 일텐데 그 과정의 디테일을 빼먹고 바로 결과로 가서 자기 자랑만 강조하다보니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는 글이 된 것이다. 보다 보면 아주 당황스런 자소서가 많다. 또 예를 들어 '대학교 때 동아리 만드는걸 좋아해서 지금 기획자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이 역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건 '무얼 해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인데 많은 이들이 그 중간을 자세히 적지 않고 바로 억지 결론을 도출해 내 자꾸 자기 자신을 분야에 끼워 맞춘다. 차라리 심사관이 내 삶의 과정에 뿅~가게 해서 지원분야를 나에게 끼워 맞춰라.

6. 뻔한 이야기 하지 말라

대부분의 이력서가(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똑같은 이야기, 이를테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무개', '시켜만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소구를 시도한다. 본인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이력서가 수백 장이다. 채용담당자는 화려한 멘트에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소서 첫 문장에 대뜸 '저를 입사시키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고 충격을 주고는 참신한 이야기로 썰을 풀어가는게 훨씬 담당자를 감동시킨다. 제발 뻔한 이야기 하지 말자. 그 이야기의 또 하나 유형이 바로 '19XX년 어디서 태어난 저는 몇남 몇녀의 가정에서' 시리즈다. 불과 2분 6초의 시간, 그 중 자료 다운 받고 넘기고 하는 시간 다 빼면 자소서를 실제로 읽는 시간은 불과 30초 이내다. 그 안에 당락을 결정짓는데 지금 19XX년 어디서 태어나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고 이런 이야기가 상대에게 중요한가? 회사가 궁금한건 지원자의 '현재(지금 지원자가 갖춘 것)' '능력(어떤걸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만 집중해서 어필하라.

7. 회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

회사의 고객도 아니고 일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지원서만 여기저기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당연히 그 여기저기서 모두 불합격이다. 그럼 취업시장이 어떻느니 경기가 어떻느니 또 남 핑계를 대게 된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들어갈 사람은 어떻게든 들어간다. 경기를 이야기하며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 패턴을 잘 뜯어 보고 송두리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이력서 이쁘게 다시 만들고 사진 웃으며 찍고 회사에 대해 진짜 열심히 조사해 달달 외우고 메일 정성껏 써봐라. 스펙이 모자라면 그걸 비관하고 있는 사이에 차라리 내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구구절절히, 그러나 논리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다시 써봐라. 학점이 모자라면 차라리 '내가 그동안 사회 경험은 누구보다 제대로 했소이다' 하고 뻔뻔해져보라. 그럼 반드시 전에는 없던 답장을 받게 될 것이다.

8. 나만 가진 1%를 강조하라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는 일단 비슷하다. 같은 전공을 했고 요즘은 왠만하면 토익은 다들 800대 후반에 공모전 한 두 개는 상을 타봤다. 대부분 6개월쯤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몇 번의 해외여행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봉사나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시절엔 동아리 임원을 하며 간접적으로 사회경험을 쌓았다. 어딘가에서 인턴도 한 두 달 해봤다. 이렇게 다들 똑같다보니 2분 6초 동안 상대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1%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놈을 확실히 강조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요가 동아리를 창단해 회원을 50명까지 모았다거나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제를 개최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보다는 자꾸 학점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실적 등 '재미없는' 내용들만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나는 이런 1%의 '확실한 차이'가 결과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고 확신한다. 학점이 3.1인 사람과 3.8인 사람이 '확실한 차이'를 가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포영화 동아리는 나만 해봤다. 그러니 분명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쉽게 치부하고 넘어간 나만 가진 1%를 잘 찾아 강조하라.

9. 겸손하게 자랑하라

너무 겸손하기만한 사람은 진짜 그냥 자신이 없나보다 싶고 또 너무 자랑만 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많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상을 받았다'거나 '장학금을 타서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학과 1등으로 최우등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식으로 겸손하게 할 말 다할 수 있으면 좋다. 특히,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무엇이든지 다른 장점을 찾아 이렇듯 겸손하나 자신있게 강조해 나가면 좋은 지원서가 되리라고 믿는다.

10. 마치며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봐 첨언하자면 여기서 다룬 모든 사례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가 모두 조금씩 바꿨다. 즉 위의 사례에 등장한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든 사람은 최소한 오늘 내가 본 지원자 중에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것들은 여러모로 잘하고 있는데 약간의 디테일 또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결코 절대적인게 아니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지원하는 회사마다의 스타일을 파악해 센스있게 'fit'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어차피 여기서 말한 디테일들이 대개 표현과 형식에 대한 문제들이지 지원자의 실력 수준이나 취업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성격 등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건 '당연히' 갖추고 있다는 전제로 형식의 디테일을 강조해 보았다.

나중에 누군가 필요해서 요청해 주면 그런 본질적인 부분들도 한 번 다뤄보도록 하자. 그럼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넘쳐나기를! :)

- 위자드웍스 표철민 (http://mrpyo.com)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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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려던 찰나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소식이 들립니다.
아무쪼록 삼가 고인의 깊은 명복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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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PC를 켜니 초보자답게 네이트온이 자동 로그인되고 네이트온 핫클립이라고 하는 네이트 인기기사들이 순위별로 죽 정렬돼 팝업으로 뜹니다. 네이트 뉴스 트래픽이 최근 크게 늘었다는데 전체 유입 중에서 이 네이트온 핫클립을 통한 유입도 상당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이트를 들어가보면 재밌는게 '이 기사 올려, 내려'를 독자들이 선택해 이를 실제 노출에 반영하고 있는데요. 이게 네이트 및 싸이월드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 결과가 역시 네이트온 핫클립에도 적용되어 편집자가 아닌 독자들의 시각에서 현재 관심을 가져야 하는 기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기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정책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나 사회 현상을 꼬집는 기사들, 그리고 가십성 기사들을 중심으로 상위에 노출되고 있지요. 네이버, 다음이 촛불정국 이후로 가급적 중립적 운영을 지향하려는 것과는 달리 네이트는 오랜시간 놀랄만큼이나 한쪽에 치우친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제 사용 경험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포털들보다 어린 층들이 계속 더 많이 모이게 되고 거의 성향이 비슷한 독자들은 독도나 간도, 친일파 청산, 해외에서의 국위선양 등 특히나 애국심과 관련된 컨텐츠에 대해서 끔찍이도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교육의 힘이거나 성선설의 근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아마 한국의 젊은이들만큼 민족주의나 애국심이라는 키워드에 적극적으로 분개하고 언제나 자긍심을 갖고 지키려하고 조금이라도 훼손될라치면 참지 못하는 이들이 또 있나 싶은데 이들은 의외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오른편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보기에 대단히 위험하게 비쳐지는 모양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하려한 것은 아닙니다.

이 주제는 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 이념 문제니까 언급할 깜냥조차 안되는 저는 일단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하지요.


오늘자 네이트 시사 뉴스의 10위권 뉴스로는 안랩이 미국에 직접 V3 백신을 수출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왠만해서 기업 관련 기사가 10위 권내에 올라온 걸 본 적이 없고 또 여간해선 '시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저 기사가 시사 뉴스로 올라온 데에는 순전히 독자들의 폭발적인 응원이 배경이 됐습니다.


보통 올려가 50개 정도만 있어도 금세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데 이 기사는 올려가 무려 106입니다.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댓글로도 계속 한 회사의 해외진출 소식을 반갑게 축하하고 마치 내 일처럼 자랑스러워하며 추천까지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금 절감한 것이 개인 안철수가 가진 엄청난 브랜드 파워입니다.

최근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로 안 의장님을 잘 모르던 일반인들도 그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정치적 제스쳐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음에도 네이버 지식인에는 '대통령 만들자'는 내용까지 올라오고 있지요.

의학 박사, 의대 교수, 개발자, 기업인, 교수로 거침없이 변신하며 계속 현재진행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스토리'에 사람들은 매료됩니다.

그 점에서 안철수연구소라는 기업은 개인 안철수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훌륭하게 만들고 가꿔온 '안철수'라는 개인 브랜드 덕분에 안철수연구소는 더 검색되고 더 많은 이들을 홈페이지로 이끌며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언론과 잠재적 사용자에게 더 자주,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일반인들을 매료시킬 '스토리'가 없는 경쟁사-이를테면 하우리나 시만텍, 이스트소프트 등-들이 아무리 백신을 잘 만들어도 네이트 '시사' 탭에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일테니 말입니다.

제품은 노력하면 경쟁사도 잘 만들 수 있고 창업 스토리야 제각기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동경하는 '사람'은 안랩만 가지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우리나라에 백신업체가 안랩밖에 없는줄 아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연유로 혹시나 안랩이 잘못한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고객들은 '안철수가 그럴리없다'고 개인과 회사를 동일시하며 다른 회사에 들이미는 잣대에 비해 한층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리라고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PI를 가지고 있어 이름만 대면 스토리가 떠오르고, 특정한 대명사로 표현 가능한 인물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마사 스튜어트- 리빙,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앨 고어- 환경, 타이어 우즈- 골프, 잭 웰치- 경영, 워런 버핏- 투자, 배상면- 전통주, 하선정- 요리, 손석희- 토론, 홍석천- 다양성, 차범근- 축구, 박지성- 맨유. 이들은 거꾸로 리빙- 마사 스튜어트, 부동산- 도널드 트럼프 등으로 해도 크게 연상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리- 하선정은 좀 아닌 것도 같고 축구- 차범근은 왠지 박지성에 밀리는 느낌이지만..)

우리도 미래에 이런 대명사로 기억될 수 있다면 회사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대개 PI는 독특한 스토리와 그 지속, 그리고 거기 깃든 배울만한 교훈으로 완성되어 가는데, 정보의 공공재화로 모두가 똑같아지는 시대에는 PI는 있으면 더 좋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없으면 안되는 필수적 성공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이나 저나 좋은 스토리를 꾸준하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다."
                                                             - Walter Lander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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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부터 정확히 3년 전, 2006년 8월 14일은 바로 위자드닷컴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비친 날이었습니다. 일찍부터 조금씩 경험을 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멤버 전원이 앳된 대학생들이었지요. 6월에 연세대 창업센터의 서너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 무더위에 팬티만 입고 일한지 두 달여 만에 위자드닷컴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iGoogle도 미국에만 있던터라 한국 유저들을 위해 처음 등장한 개인화 페이지였지요. 마침 당시 들끓기 시작하던 웹2.0 붐과 함께 위자드닷컴은 오픈 이후 큰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닫힌 포털을 극복할 대항마'로 조명했고 사용된 JavaScript 코드나 Cross-browsing hack들은 우수 사례로 몇몇 책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많은 가입자들이 들어오고 유저들의 열성적인 피드백 속에 위자드닷컴은 그 해 10월과 12월 베타 2와 3로 빠르게 버전업을 했지요. 이후 개인화 페이지 분야에서는 한국의 카테고리 킬러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위자드웍스 회사 홈페이지의 히스토리를 보시면 이 이야기의 이후 전개는 더욱 자세히 보실 수가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인 것 같아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보지요. :-)

지금 와서야 밝힐 수 있지만 2007년 말쯤 우리는 개인화 페이지가 왜 쉽지 않은가, 왜 더 많은 유저에게 어필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아 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는 사람들이 단지 꾸미기가 '귀찮아서' 개인화 페이지를 안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건 오산이었죠.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도 잘 모른다'가 근본적인 해답이었습니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과도한 선택을 주고 '자유로운 포탈이야, 좋지?'라고 해봐야 당연히 공감이 안됐던 것이지요.

이후 위자드웍스는 개인화 페이지 개발에서 손을 떼고 위자드닷컴을 위해 이미 많이 가지고 있던 위젯들을 들고 위젯 전문 회사로 변신합니다. 위젯도 어떻게될지 몰랐지만 어쩌면 당시는 좀 절박했죠. 결국 오랜 시간 또 라면 먹으며 위젯을 설파한 결과 블로그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회가 왔습니다. 마침 해외에서는 Facebook이 플랫폼을 오픈하며 많은 위젯 회사들이 소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어 히트를 쳤습니다. 그게 불과 작년, 재작년에 일어난 일들이지요.

오늘날 위자드웍스에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 위자드닷컴의 런칭 3주년이 왜 제게 이 긴 글을 쓰게 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을 하는데 있어 모든 일에 분명한 이유가 있더라 하는 것입니다. 기껏 고생해 위자드닷컴을 2년 죽어라 만들어 놓고 수익은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안났지만, 그게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자드웍스가 결코 있을 수 없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자드닷컴 하면서 우연히 위젯이라는 네모나게 생긴 우스꽝스런 정보상자를 우리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걸 들고나와 블로그에 붙여 봤더니 사람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길래 거기에 살짝 광고를 붙여 보았더니 그게 200일만에 1억 3천만 PV를 올렸던 W위젯이었고, 이에 맘 먹고 '위젯 마케팅'이라 이름을 붙여 사업을 했더니 그게 지금 연 10억 정도는 해주는 매출원이 되었습니다.

웹 위젯을 하다보니 데스크탑 위젯은 안만드냐고 해서 부가가치 전혀 없지만 또 그것까지 하게 되었고, 그랬더니 '얼래? 여기에 온갖 위젯 다있네요?' 해서 SKT, LGT의 모바일 위젯 사업까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포털 제휴도 한 두 군데 작은 데부터 꾸준히 하다보니 결국 네이버까지 하게 됐지요. 위젯을 꾸준히 하다보니 또 자연스레 해외 위젯업체의 SNS 진출과 마찬가지 형태로 싸이월드 오픈 플랫폼에도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죽 정리를 해보니 지난 3년의 시간들이 딱히 그렇게 성공했거나 두드러지게 업계에 의미를 남긴 것은 아니었지만 제 개인에게나 회사 조직에게나 어떤 어려운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떨쳐버릴 수 있는 증거가 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필연적'이었던 그 전 단계의 어려움이 존재했기에 그 다음의 좋은 방향으로 계속 우리의 위치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위자드웍스에서도 직원들이 월급 60만원 받고도 '이제 월급이란게 나온다'며 신기해한적도 있었고 겨울에 히터가 없어 이불 덮고 코딩하고 맨날 라면먹고 그런 벤처다운 에피소드야 숱하게 있었지만, 그런 벤처의 '상태(status)'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니까 차치하고 오늘은 벤처의 '위치(positio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처음 하던게 잘 안되서 곤혹스럽거나 사람들이 빠져나가거나 갈팡질팡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긴박한 위치에 서 있어도, 그 곳 어디엔가는 크건 작건 분명히 다른 위치로 통하는 힌트가 숨어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자드도 처음에 여러 창업멤버가 군대다 학교다 해서 떠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나 회사는 밖에다가는 차마 말도 못꺼내고 속으로 '아이고 이제 망했네', '죽겠네', '어쩌나' 하는 생각을 매번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회사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위치가 있고 조직이 그것을 믿고 있다면 또 누군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다시 우리를 천천히 이동시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예상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열심히 만들어 까봤더니 빈 깡통이더라 하는 상황에서도 여기서 가깝고 유용한 다음 위치가 어디인가만 빨리 찾을 수 있으면 계속 살 길이 생기더라 하는 이야기이지요.

그러고보니 저나 회사가 여전히 요만큼도 성공한 주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회상하고 감히 무언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저는 다만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위자드웍스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위자드웍스에 몸 담았던 숱한 동료들을 위해, 위자드닷컴의 3주년을 마음으로부터 기념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 것이니 너무 노여워 하지는 말아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저는 단지 그분들께 희망과 긍정의 엄청난 힘을 저와 회사의 체험으로부터 조금 전달하고자 했던 것 뿐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매 순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위자드웍스가 계속 위치 변화하며 살아온 이 기적적인 시간을 증거로 삼아 앞으로 임하는 싸움은 더욱 더 긍정적으로, 더욱 자신있게, 그리고 있는 힘껏 온몸을 던져 하나라도 더 체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항상 잘되지만은 않겠지요. 그래도 또 훌훌 털고 일어날 겁니다. 인생은 기니까요.

혹시 지금 좀 힘든 분이 있다면 '인과관계'의 강력한 힘을 믿으세요. 다음 위치로 이동해서 오늘을 추억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그 땐 저도 좀 도와주시는거 잊지 마시고요. :)

그럼 우리 모두 계속 화이팅입니다!

(업데이트가 완전히 중단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온갖 XML을 읽어다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따끈따끈한 뉴스와 블로그 글, 날씨 등의 새소식을 불철주야 전달하는 위자드닷컴의 오랜 노고(?)에 감사하고, 또 역시 업데이트를 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용해 주시는 3만 명의 고정 유저들에게도 큰 감사함을 돌립니다. ^^)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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