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0년 4월 30일이었습니다. 막 정신없이 살다가 우연히 오늘이 제가 이 모든 일들을 시작한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라는걸 알게 되었지요. 사람은 앞으로 살면서 뒤로 곱씹는 동물이기에 잠시 옛 추억을 들춰 보았습니다. 오늘로부터 딱 10년 전, 바로 이 이지요.

저는 99년부터 2000년 사이에 도메인 등록대행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때로 도메인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 사업이 아니냐 여쭙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도메인 브로커리지이고 도메인 등록대행이란 누구에게나 어떤 도메인이든 낮은 가격에 등록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를 말합니다. 땅으로 비유하자면 땅 투자자와 그들의 취,등록을 대행해주는 등기소의 역할이랄까요?

하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도메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시절 수많은 도메인을 수집했습니다. 그 중에는 지금 좀처럼 구하기 힘든 세 글자 도메인도 몇 개 있고 고유명사나 기술표준과 관련된 닷컴(.com) 도메인도 꽤 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지금의 위자드닷컴(wzd.com)이지요.

도메인 사업을 마치며 등록시스템 통계툴을 보니 제가 등록대행한 도메인이 약 2만 개 정도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도메인만 200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 되었지요. 200개는 도메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우스운 숫자입니다. 당시 주요 고객분들은 1,2천 개를 가지고 엑셀로 관리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한 사람이 자기 홈페이지 주소로 지어주려고 한 두 개쯤 등록하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많은 도메인을 매일 보고 있으면 감각이 좀 둔해집니다. 때론 세 글자 이름이 눈 앞에서 '등록가능' 메시지를 띄우고 있어도 그냥 '누군가가 등록하겠지'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오지요. 이건 마치 다들 골드 러시에 혈안이 돼 서부로 몰려들던 19세기 중엽, 묵묵히 청바지를 만들어 팔던 레비 스트라우스와 같은 마음이 되는 겁니다. -아니, 오히려 레비가 그들보다 더 감각이 예민했던건가요? :)-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잊지 못할 도메인이 하나 있습니다. 금전적 가치도 전혀 없고 심지어 닷컴 도메인도 아니지만 제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 놓은 도메인 하나. 바로 tokdo.co.kr 입니다.

저는 10년 전 오늘 그 도메인을 '독도사랑동호회'에 기증하며 혼자하던 소꿉장난을 마치고 자연스레 진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 도무지 뭐든게 어리둥절하던 열여섯이었지요.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제와 말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인격으로보나 지혜로보나 무엇이든 성숙하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나오게 된 저의 곁을 떠났고 그들이 겪은 여러 아픔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조금이나마 둥글둥글해지고 단단해져서 동료들이나 업계 선배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이 아니면 언제나 이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할 수 있겠나 싶어 글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저와 함께했거나 스쳐 지나갔던 많은 분들께 어리디 어렸던 표철민이를 사람답게 받아들여 주시고 함께 일해 주시고 함께 웃어 주시고 때론 걱정해 주시며 이때껏 하루하루 배우는 삶을 살게 해주셨던 것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여러분이 그렇게 믿고 때론 자기 희생까지 감수하며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직 딱히 이렇다할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도 저는 사실 좀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젊어서 성공이 인생에서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라는 말도 있으니 더 길게 보면 아직은 오히려 잘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초년 성공을 이루고도 언제나 겸손하게 사시는 선배님들을 볼 때면 이는 어디까지나 저의 자위(自慰)일 뿐이란 생각도 들지만 말입니다. :)

어쨌든 저도 언젠가는 성공할 날이 올겁니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긴 인생의 여정 속에 제게도 기회가 오겠지요. 아마도 크고 작은 골짜기를 숱하게 드나들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고 간에 적절한 때가 되면 지난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과 다같이 모여 이것이 모두에게 의미있는 여정이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러면 제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로지 도움을 받기만 하고 배움을 얻기만 한 것 같은 그 큰 부채의식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그걸 조금 덜어놓기 전까지는 저는 언제나 뛰어야만 할 것입니다.

오늘은 제 인생의 첫 공판이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둔감한 학내 벤처로 시작한 탓에 직원들이 복제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가 작년 말 한꺼번에 적발되었기 때문이지요. 우리 잘못을 그대로 시인하고 무려 6천여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공소는 물론 기각되었지요. 그럼에도 오늘 사기, 특수절도, 뇌물공여 등으로 구속된 분들과 함께 공판을 치렀고 수개월 간 마음 고생 하면서 또 많은 새로운 배움들을 얻었지요.

이 달에는 우리 회사에 계시다 다른 회사를 창업하신 대표님의 주식을 긴 우여곡절 끝에 모두 되사들였습니다. 이 역시 작년부터 시작해 모두 8천만 원이 들었지요.

둘 다 벤처기업에게 굉장히 큰 지출이지만 아마도 회사 역시 제 개인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골짜기를 하나씩 지나며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는 과정일겁니다. 회사가 이렇게 배워가고 성장하며 저도 크고 함께 하는 모든 분들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겠지요.

10년의 지난 시간이 제게 미친 영향이 정말 엄청난만큼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이들의 삶 역시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멀리 가서 돌아봤을 때 크게 변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그리고 또 이 길을 망설이는 많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싶습니다. 매순간이 어렵지만 또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 시간은 사실 좀 아픈 일들도 있었습니다. 허나 제가 겪은 아픔들이 진짜로 괴로운 분들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것들이기에 저는 평소에 이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정확히 10년 전의 독도 기사를 들추면서 문득 생각난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김제의(金濟義). 제게 독도 도메인을 얼마에 파시겠느냐고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온 이입니다. 처음 독도사랑동호회 사무실에 가서 그 무너져가는 풍경을 마주했을 때에도 해맑게 웃으며 자리를 내어주던 이입니다. 사람들이 별로 신경도 안쓰던 독도 문제를 위해 자기 본업도 내어 놓고 일본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핏발을 세우던 그는 스물일곱. 이제 딱 저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은 독도 문제와 민족 문제에 열을 내며 흔한 감투 하나 없이 '독도수호대 회원'의 이름으로 전국을 누볐습니다. 그런 그는 이제 여기에 없지만, 아무도 그의 부재와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마땅히 영웅 대접을 받을만해도 그러지 못한 이가 어디 한 둘이겠냐마는 적어도 독도 도메인으로 모든 삶의 변화를 맞았던 저 하나만큼은 마음 속 깊은 영웅으로 오늘 그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 그는 제게 화엄경을 선물했습니다. 저야 중3 학생이 내용을 이해할리 만무했을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젊은 나이의 그는 심오한 화엄경의 어디가 좋았는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어디선가 찾은 그 화엄경의 한 구절로부터 우리가 앞으로 겪을 숱한 '잃음'이 곧 더 큰 '얻음'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여러분 다시금 지난 10년간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보듬어 주시고 일일이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선배님들과 동료들의 배움을 꾸준히 얻어가며 나중에 크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 故 김제의 님을 추도하며, 화엄경 中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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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내일이면 지난 한 달간 진행되어 온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 공개채용이 모두 끝날 것 같습니다. 이번 채용은 특히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에 처음으로 채용 광고를 냈던 까닭인지 600여분이 넘게 지원해 주셨고 동시에 수많은 지원서와 문의 메일을 접수하느라 부득이 전형 심사 과정이 대단히 지연되었습니다.

당초 구정 연휴 전에 최종합격자 발표가 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열흘여가 지난 이제서야 좀 숨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자드웍스도 그렇지만 루비콘게임즈 창업멤버 모집과 관련되어 보내주신 문의나 지원에도 제가 일일이 회신을 드리지 못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점 그간 너무 많은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느라 그랬다는 변명의 말씀을 드리면서 제가 아무리 시간이 늦더라도 루비콘으로 주신 메일들에는 천천히나마 꼭 답장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먼저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이미 서류전형 결과 메일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이와는 별개로 오늘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에 입사하는 팁, 또는 이 두 회사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 취업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일일이 메일로 사유를 말씀드리는게 마땅하겠지만 600여분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손수 다운받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열흘이 넘게 걸렸으니 부디 부족한 이 글로 갈음하는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난 수년간, 그리고 특히 이번 채용에서 여러 직군의 지원서를 받아 보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것이 모든 회사에서 통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 마음은 빼앗기에 충분했습니다.

1. 정성

보통 보면 채용 사이트에서 공통 이력서 양식을 마련해 놓고 이를 여러 회사에 그대로 [지원하기] 버튼 한 번 눌러서 지원하는 지원자분들이 계십니다. 잡코리아나 인크루트 등 주요 채용 사이트에서 지원하는 회사마다 문구를 고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괜히 그러는게 아닐텐데 지원하는 회사 이름 하나, 그 회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 한 마디 언급없이 그냥 '저는 누구누구입니다. 제가 '귀사'에 입사하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원자가 열정을 쏟겠다는 그곳이 기왕이면 '귀사'가 아닌 '위자드웍스'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본인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다른 지원자들이 지원서를 위자드웍스 로고도 넣고 마법사 그림도 넣고 온갖 정성을 들여 꾸며오는 정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원서가 되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 보시면 아기자기하게 또는 투박하게라도 정성껏 위자드웍스만을 위해 꾸민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온 지원자와 그저 채용사이트 공통 양식으로 지원한 지원자 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지원하는 회사의 비즈니스를 조금만 조사해서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일이 회사의 비즈니스와 어떤식으로 연결되며 어떤 방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조리있게 제시하는 지원서가 있다면 눈이 한 번 더 가지 않을까요?

합격이 안되는 이유는 그 회사만을 위한 정성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뿌리듯이 이력서를 내면 당연히 어디서도 감동을 못받으니 될 것도 안되겠지요. 심지어 저는 매번 채용 때마다 위자드웍스에 지원해 놓고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는 이력서를 만나곤 합니다. 실수도 이런 큰 실수가 없지요.

실력이 전체의 반이라고 치면 나머지 반의 8할 정도는 정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센스

IT 업계에 지원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첨부해 보내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요새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메일의 대용량 첨부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 경우 1주일이 지나면 파일 다운로드가 불가능해지는데 그리 되면 전형 일정이 늦춰지거나 또는 향후에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어서 다시 검토하고 연락드리고자 할 때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리고 많은 지원자를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서 1~300메가에 이르는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압축 풀고 살펴보는게 경우에 따라 간결하게 정리해서 보낸 분보다 눈에 덜 갈 수도 있습니다. 열어보면 대단한게 없는데 오히려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중요한건 과유불급입니다.

또한 메일 제목이나 내용도 그렇습니다. 제목에 그냥 '입사 지원합니다.' 이러면 검토하는 사람이 첨부파일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지원자의 이름조차 알 수가 없고 이럼 무수하게 쌓여있는 메일함에서 경쟁자들보다 튈 수가 없습니다. 메일 내용에서도 그냥 '지원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간단한게 아니라 '본인이 누구고 어떤 분야에 지원했는데 위자드웍스는 어디서 어떻게 처음 접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이번 채용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성껏 작성한 지원서와 충분히 깔끔하게 정리된 포트폴리오를 보내면 툭 던지듯이 첨부파일만 들어와있는 지원서보다 당연히 눈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성이 8할이었다면 나머지 2할은 준비된 정성을 전달하는 센스에 있겠습니다.

3. 마인드

이건 어떤 업체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아서 3번에 배치했습니다.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가 매우 좋은 맨파워를 지향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여전히 라면 먹는 벤처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과 본인의 성장을 동일시할만한 진정한 헝그리 정신의 소유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지원자들 중에는 위자드웍스가 위젯이나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 단지 요즘 트렌드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로, 블로그나 미투데이를 보니 매우 재밌어 보이는 회사라는 단순한 이유로 또는 연봉을 올리며 옮겨탈 수 있는 좋은 징검다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였지만 저는 다음 채용부터는 부디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에 지원하시는 분들이 회사가 기대하는 헝그리 정신을 갖지 못하였다면 지원 조차 하지 않는게 서로의 시간을 세이브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굳이 우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업계에 있는 어떤 업체에 지원하든간에 내 생각과 회사가 기대하는 내 포지션에 대한 생각이 서로 차이가 있다면 본인도 일하기 힘들고 회사도 실망할 것이 자명하므로 처음부터 그 회사가 내가 찾고 있는 회사인지, 그 자리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자리인지, 그 일이 내가 만족해하고 회사도 나의 실력에 만족해 할 수 있는 일인지 부디 깊게 생각해보고 지원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정반대로 실력이나 원래 받던 연봉이 도저히 그 자리에 지원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높았던 분들은 '내 실력을 바닥에서 검증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합류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참 좋은 인재가 들어왔다 생각했지만 그 분들은 대개 오랜 시간을 진득하게 키우기보다는 다음 스탭으로 가는 자원을 확보한 후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건 채용 팁보다는 조직행동 팁이 될 수도 있겠는데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바는 이렇습니다. 실력이 넘쳐 도무지 여기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검증하겠다 또는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합류한 경우는 반드시 우환이 따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이야기가 정말이지 적용되지요. 이는 반대로 실력이 크지 않은데 우연히 여기에 있게된 사람도 너무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러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으로 들어오게 된 사람은 위의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이야기가 거꾸로 적용되지요. (물론 흔치는 않지만 다른 케이스들 - 실력이 넘쳐도 들어온 이유가 나를 검증하는게 아니라 회사의 비전에 완전히 꽂힌 경우는 다릅니다. 또한 경쟁사에 꼭 이기고 싶은 라이벌이 있는 경우도 그렇지요. 이런 이유들로 순수한 열정을 발휘하는 분들을 우리는 존경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과 그 구성원은 서로가 서로의 실력과 필요 수준에 맞는 '안성맞춤'이 있다고 저는 이제야 생각합니다. 내 성격과 실력에 맞는 최적의 짝꿍 회사를 만나는 것이 행복으로의 지름길이겠지요. 물론 처음부터 딱 맞는 회사가 어디있겠냐마는 적어도 저는 안성맞춤을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회사가 생활 속에서 나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 곳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조직원들끼리의 우정이 됐든 일의 재미가 되었든 소소한 간식시간이 되었든 내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회사와 나 사이에 서로 도움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곳은 안성맞춤입니다.

내가 회사에 부채의식을 가져도 안되고 회사가 나에게 부채의식을 가져도 곤란합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주제만 가지고 따로 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채용 얘기하다가 조직행동 이야기로까지 넘어왔는데 어쨌든 막연하게나마 제 배움이 여러분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드리고픈 말씀은 채용 결정의 나머지 반, 바로 실력에 대한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정성과 센스, 그리고 마인드도 다 좋지만 결국은 실력이 수반되었을 때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때가 되고 누군가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다음번엔 실력을 기르는 방법을 좀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의 미래를 믿고 지원해 주신 600여분에 대한 깊은 감사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된 것은 조금은 아쉽게 지원하신 분들에 대한 감히 질책같은 것이 아니라 왜 그 분들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했는지를 정확히 알려드리고 다음에는 더 좋은 정성과 센스, 그리고 마인드로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의 신나는 버스에 올라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는 더 좋은 기회에 더 좋은 조직을 만들어 또 머지 않아 여러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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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굉장히 힘들게 준비했던 TEDxYonsei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TED는 세계적인 통섭 컨퍼런스로 워낙 잘 아실테고 TEDx는 그 branch 형식의 행사입니다. 연세대 학생들이 라이센스를 받아 준비한 행사지요.

저는 여기서 '가지 않은 길'의 가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TED는 정확히 정해진 시간이 18분인데 이 룰도 어기고 무려 30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루할 법도 한데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함께 웃고 공감해 주셔서 참 마음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다보니 저는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구성을 했는데 의외로 학생이 아닌 분들께서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이참에 더 많은 곳에 전하고 가지 않은 길의 가치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내용 중 앞의 이야기는 부족했던 제 10년의 시간이, 그리고 중반부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누구나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함께 낭독한 시는 Robert Frost의 <The Road Not Taken>을 피천득 선생님께서 옮기신 글입니다. 우리말 제목은 <가지 않은 길>이지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강의 제목도 <가지 않은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지어주셨는데 그러고보니 이 한 마디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 있더군요. 저 역시 무식하고 경쟁을 두려워하여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만 모색하며 살고 있고, 지금 경쟁에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부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강연이니 말입니다.

아무쪼록 이 강의가 가지 않은 길을 갈망하는 여러분께 작은 트리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럼 명절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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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올해 회사를 하나 새로 차리게 되었습니다. '루비콘게임즈'라는 게임 회사로, 주로 Facebook과 같은 SNS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소셜게임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사실 Facebook이야 워낙 일찌감치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고, 비슷한 플랫폼인 네이트 앱스토어에도 올해 위자드웍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을 담가 여러가지를 배워오면서 이왕이면 제대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소셜 게임을 위자드웍스에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몇 달간 체험해보니 위자드웍스 본연의 위젯 사업과는 너무도 달라 양쪽 사업에 모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위자드웍스는 현재 1등하고 있는 위젯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저는 다시 연대 창업센터의 골방에 홀연히 들어가 다시 꿈으로 똘똘 뭉친 멤버들과 라면 먹는 소셜 게임 벤처를 새로 차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시작은 위자드웍스의 시작 때처럼 소박하기 그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고생도 많이 할 것이고 모르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소셜 게임 분야는 전에 없이 치열하고, 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소셜 게임을 올릴 수 있는 SNS 플랫폼은 전세계에 워낙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고 Facebook과 OpenSocial 양대 진형의 통일된 개발환경을 통해서만 전세계 15억 명에 이르는 유저에 우리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대단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워낙에 큰 시장이기 때문에 다시금 가난한 벤처로 돌아가 고생을 좀 해야한다고 해도 기꺼이 이 한 몸 바쳐 뛰어들고 싶은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많은 작은 게임 스튜디오들이 Facebook에 게임을 올려 수천 만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가 중국 SNS에 게임을 올린다거나 일본 회사가 남미 SNS에서 성공을 거두고도 있지요. 갈수록 게임 플레이에 국경이 사라지고 개발사와 유저 사이에 퍼블리셔가 끼지 않아도 전세계인이 우리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Facebook에 게임을 올려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 한국 게임이 없으니까 '이 일은 안될 것이다' 생각하는 분들이 물론 계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아시아 문화에 바탕을 둔 게임들이 미국에서 대성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고, 여전히 유저수에 비해 개발사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니 분명히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골방에 밤새도록 쳐박혀 칠판에 그려가며 모포 덮고 궁상을 떨어야 하는게 머릿속에 빤히 그려지지만, 그런 '궁상 맞은 시작'이라도 없으면 후일 창대하거나 또는 작은 방점이라도 찍는 '어떤 변화'는 절대 스스로 만들어지지는 않을테니까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위자드웍스는 올해로 설립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외부 투자 한 번 없이 BEP를 달성했고 새해에는 높은 흑자 달성이 확실시 됩니다.

저는 며칠전 대단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위자드웍스의 임원들 스스로가 저를 찾아와 제가 새 회사를 세우는 과정에서도 위자드웍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수주간 자발적으로 회의를 열어왔고 이제는 마침내 대폭의 권한 위임을 제안해 온 것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의 권한 위임이라면 더욱 바빠진 제가 마지 못해 제 일을 밑으로 '떠넘기는' 형태가 될 것이 분명한데 그들은 오히려 먼저 고민해 '스스로 성장할' 준비를 해왔던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그들이 작성하는 많은 문서들을 제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써 보다 안전한 문서가 나올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느끼고 고치고, 성장하는 데에는 장기적으로 볼 때 마이너스가 되는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위자드웍스의 조직과 그 안에 속해 있는 모든 멤버들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이사진에 더욱 힘을 실어 주어 위자드웍스 마법사 멤버들의 공발전을 위한 일에 더욱 힘쓰기로 하였습니다.

위자드웍스는 앞으로 위자드팩토리를 처음부터 기획해 현재 국내 1위 위젯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최재석 이사, 위젯 마케팅을 필두로 다양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 사업을 진두지휘할 허정우 이사, 그리고 저와는 8년차 인연으로 현재 위자드웍스의 안살림을 이끌고 있는 손용선 이사 이들 세 사람이 보다 큰 권한을 가지고 압도적인 위젯 1등 굳히기를 위해 더욱 분주하게 뛸 것입니다.

앞으로 그들의 눈부신 활약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시 소셜게임 벤처 이야기를 해보지요. 위자드웍스가 대폭의 권한 위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제가 대표 본연의 업무만을 보며 새로 생긴 시간에 또 다시 모든 공력을 투입할 새 회사의 이름은 '루비콘게임즈'입니다.

루비콘,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지요?

바로 로마 신화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 북부로 진격하며 건넌 강의 이름을 말합니다. 루비콘강을 건너며 던진 한 마디가 지금도 곳곳에서 회자되지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이름을 정한 데에는 어감도 좋고 로고 연상이나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다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실 제일 큰 이유는 즉각적으로 이 문장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당시 로마는 자국 군대가 원로원 허락없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반역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삼두정치의 권력 분할의 원칙을 처참히 깨뜨리고 있던 폼페이우스를 몰아내기 위해 카이사르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지요. 그렇게 루비콘 강의 국경을 넘으며 비장한 각오로 일행들에게 이 말을 외치는 것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저는 지금의 우리 상태가, 그리고 앞으로 루비콘게임즈에 입성할 새로운 멤버들의 상태가 딱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그만큼 진정성있고 그런만큼 열정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더없이 큰 도전이 될 것이고 무한히 큰 기회의 땅을 향해 달릴 것입니다.

회사 사무실은 위자드웍스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연대 창업센터에 둥지를 텄습니다. 공간은 지금 위자드웍스의 제 방보다도 더욱 작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처음 시작은 일부러라도 헝그리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빨리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한시라도 더 빨리, 더 열심히 뛰게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게임은 아마도 하루 아침에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왕이면 Facebook에 직접 들어가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조금 더 스케일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경험 곡선이 높을 수는 없으니 시간이야 조금 걸리겠지요.

어쨌든 이제는 이 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인 '루비콘게임즈' 창업멤버의 모집 공고를 띄우고자 합니다. 그냥 공고만 덜렁 올려 놓을 수 있었지만 조금 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 결정의 배경과 출정의 진정성을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위자드웍스의 표철민이 마음을 공유하는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시작할 루비콘게임즈가 결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어서 한 번 건드려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최고의 인재들과 다시 한 번 골방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일해 보고 싶다는 제 진정성 가득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06년, 위자드웍스가 처음 시작할 때에도 지금처럼 똑같이 저는 이렇게 공개 모집 글을 올리며 약속할 수 있는 것이야 고작 작은 골방의 '꿈'만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그 때 없었는데 지금 갖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모두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자드웍스가 만들고 알려서 이제는 세상이 익히 알게 된 '위젯'의 존재가 바로 그 예이겠지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그 꿈을 어떻게 실현시켜 하루빨리 골방을 탈출하게 할 것인가가 성공의 관건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루비콘게임즈는 강 건너 로마에 들어가 어떻게 싸움에 이길지를 조금은 경험하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 때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드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제 블로그가 워낙 인기가 없다보니 많이들 못보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괜찮으시면 부디 많은 분들께 이 글을 좀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공개도 하고 했으니 우리 '루비콘게임즈'의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제가 앞에서 한 마디 외칠 차례이군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Facebook에 직접 도전하는 스케일 있는 소셜게임으로, 전세계인을 즐거움의 도가니에 빠뜨릴 역사의 주인공들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0년 1월 11일, 다시 돌아온 신촌골에서
표철민 올림


< 소셜게임 업체 루비콘게임즈 창업멤버 모집공고 >

1. 모집분야

- 액션스크립트 개발자 (0명)

Facebook 을 필두로 국내외 소셜 플랫폼에 제공될 플래시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개발할 액션스크립트 개발자를 찾습니다. 루비콘게임즈는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가는 창업 벤처로서 기초적인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전세계를 향한 꿈을 펼쳐보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 일러스트레이터 (0명)

게임 내 캐릭터 및 아이템들을 아름답게 창조해 낼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습니다. Playfish.com, Zynga.com에 소개된 게임들과 같이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전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당찬 도전자를 찾습니다. 역시 기초적인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습니다.

- UI 디자이너 (0명)

게임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각종 UI 요소를 디자인할 웹디자이너를 모십니다. 외국 감성을 이해하고 공격적인 색채 선택, 타이포, 레이아웃에 능한 분이면 더욱 좋습니다. 소셜 게임은 온라인 게임들보다 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기 때문에 UI 디자인의 완성도가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말 안해도 아실테지만 기초적인 실력과 배워 해내겠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 게임 기획자 (0명)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 게임 개발사가 등장하면서 게임 기획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배경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디자이너,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만 자신 있다면 누구나 도전하십시오. 루비콘게임즈로의 선택이 여러분이 지금껏 살아온 커리어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습니다.

2. 처우 및 혜택

루비콘게임즈는 아시다시피 이제 시작하는 벤처 중에 벤처로 당장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도전할만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같은 꿈을 갖고 도전할 여러 동료들이 함께 있으니 1에서 2,3으로의 발전이 아니라 10을 한 번 만들어보고픈 분들께는 가장 큰 기회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창업 벤처로서 급여는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헝그리하게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혜택이라 하면 위자드웍스 때로부터 잘 알려진 '먹을 것에는 인색하지 않은 회사'를 그대로 이어갈 것입니다. 복지 하나는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 것입니다. 또한 사무실이 연세대 안에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과 온몸으로 부닥치며 젊음을 만끽할 수도 있고 맑은 공기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습니다.

이후 회사 설립멤버들에게는 회사에의 기여 정도에 따라 스톡옵션을 통해 보상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회사의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주요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위자드웍스에서 가장 크게 알려진 부분이 바로 초기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입니다. 이 부분 루비콘게임즈를 통해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처음 합류해 함께 고생한 멤버들에게는 성공의 열매가 모두 함께 돌아갈 것입니다.

위자드웍스가 만든 최고의 복지, 루비콘게임즈를 통해 더 새롭게 만들게 갈 것입니다. 함께 노력하고 성공한 결과를 함께 만끽하겠다는 진정성이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3. 지원방법

아직은 루비콘 메일이 없는 관계로 우선 join@wzd.com 으로 자유 형식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세요. 그동안 만드신 작품이 있다면
포트폴리오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또는 아직 지원할만큼의 확신은 없지만 일단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 경우에도 역시 위의 멜 주소로 보내주세요!

4. 모집일정

2010년 1월 11일 (월) - 1월 24일 (일) : 서류지원 접수
2010년 1월 25일 (월) 이후 개별 면접 후 선발

올해 상반기 내내 플래시 게임 개발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 있어 상시채용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늦게라도 이 글을 보신 분들의 많은 지원 바라겠습니다. ^^

5. 모집문의

join@wzd.com 또는 모집 안내글(http://mrpyo.com/123)에
댓글로 문의해 주세요 ^^

평소 어딘가의 'one of them' 이었다면 이제 'only one'이 될 기회가 여러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더군다나 위자드웍스의 든든한 네트워크와 열정으로 똘똘뭉친 멤버들이 함께 합니다. 여러분은 각자의 영역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능력을 보태 주십시오.

그동안의 커리어와 성공스토리, 그리고 자존심까지 모두 내려 놓고 다시 골방으로 뛰어 들며 '주사위는 던져졌다'를 외치는 우리는 바로 2년 뒤에 세상을 놀라게 할 '루비콘게임즈'입니다.

새로운 꿈을 갈망하는 여러분의 많은 지원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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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인에 뜬 1991년의 오늘(1.4)자 매일경제신문 기사란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기사 속 상상이 대부분 쪽집게처럼 들어 맞는게 신기하다. 클릭해서 살펴보기 바란다. 영상통화에서부터 HDTV, 화상회의, 고속철, 인터넷강의, 위성방송, 홈쇼핑 등 지금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당시엔 '꿈 같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미래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보급도 제대로 안되어 있던 1991년의 한 일간지 기사가 20년 뒤의 모습을 저렇게나 착착 맞출 수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사람은 상상하는 그 방향대로 실현시킨다. 따라서 상상하지 않으면 실현도 없고 변화도 없다. 지금 너나 나나 갈증을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대로 될 것이다. 만약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모두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꿈을 실현시킬만한 산업이나 종목에 장기 투자하면 빛을 보리라.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변화의 흐름을 미리보고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적극 매입해 히트를 친 기록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요새 어딜 다니나 '촉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자들은 간단히 '촉'이라고도 하던데,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소스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세상에는-특히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연결된 세상에서는- 우리가 캐치할만한 정보가 참 많다. 그러나 학생들은 '난 학생이니까', 직장인들은 '내 분야밖에 몰라서' 등의 여러 이유를 대며 자기에겐 어려운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는 정말로 개선 가능한 능력임을 강조하고 싶다.

'촉'의 개발은 비단 사업 뿐 아니라 공부든 현재 맡고 있는 업무든 어떤 분야에서건 보다 스마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마트함이란 같은 결과를 더욱 단 시간에 만들어 내거나 또는 남과 같은 시간에 남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신년인사로 쓰려다 살짝 무거워졌는데, 2010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변화의 키워드가 있다면 나는 단연 바로 이 '촉'의 개발을 꼽고 싶다. 같은 현상을 보아도 그 의미를 남다르게 잡아낼 수 있는 진기한 사람들이 주변에 우글거린다면, 2010년은 작년보다 훨씬 더 재밌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에 직접 뛰어들게 하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나만 발견한 것 같은 촉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뛰게 만들 것이다. 그러다보면 또 한 20년쯤 뒤에는 그 안에서 모두의 꿈을 실현시킨 주인공들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여러분들의 '촉'이 세상을 꿰뚫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조금 실무적으로 '촉'을 기르는 훈련을 위해서는 컨설팅 펌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사용한다는 Logical thinking류-서울시 맨홀 뚜껑 갯수 맞추는 문제를 필두로 하는-의 사고를 생활화하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겉멋까지 닮으란 얘긴 아니고.. ;)

이 블로그 주요 고객이 대학생들이다보니 제 자신부터 어줍잖은 사람이 감히 자꾸 조언 따위를 하게 되어 걱정이다. 어쨌든 모두들 해피뉴이어~!

- 눈이 엄청나게 내린 2010년의 첫 출근날 상암에서, 표철민.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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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여러 연말 액땜(?)을 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사장이라는 자리가 정말 외로운 자리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어깨에 지고 살면서 사람들이 만족해야 행복해지고 때론 사람들의 욕심을 온갖 오해 속에서도 막아내면서 공평함을 추구해야 하는 자리다.

이 땅의 모든 성공한 사장님들과 지금 아주 작은 회사에서라도 현직에서 분투하고 계시는 사장님들 모두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한다. 사장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많은 수의 그들은 의외로 순수하기 짝이없는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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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선생님의 블로그에 안철수 의장님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문득 느끼는게 고수들의 고수는 결국 안철수에서 많은 부분 교차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단지 스토리일 것이지만, 스토리보다는 메시지로 고수를 판별하는 비범한 인물들 역시 결국엔 안철수에서 만나는걸 보면 확실히 그에게 무언가 있다.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금욕적이라 느낄만큼 일반적으로 '사회성'이라 불리는 여러 삶의 주전부리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살아도 메시지만으로 최고의 고수가 될 수 있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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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재미난 생각이 들었는데 윈도우 배경의 액티브 데스크탑 기능을 활용해서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있는 기분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강남역이나 가로수길의 물 좋은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를 PC 바탕화면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재미날 것이다. 신촌의 대학교 벤치라던지, 코엑스몰 같은데 고화질의 웹캠을 설치해 마치 그곳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집이나 오피스가 아닌 'The 3rd place experience'를 찾아 카페에 가서 일을 하거나 책을 보는 이들이 집에서도 마치 카페에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면 월정액으로 받아도 히트할 수 있으리라. 특히 주말에 집에 혼자 있는 싱글들에게는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안정감(?)을 줘서 할 일에 보다 집중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같이 국토도 좀 되고 히키코모리가 많은 나라에선 더욱 잘 팔릴 것이다. 이런거 좀 누가 좀 해주면 안되나? 난 충성스런 고객이 되겠다. 어김없이 주말에 사무실 나왔는데 오늘따라 이런 영양가 상관없이 그저 재미난 생각이 많이 난다. 좋다.

+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좀 찾아 봤는데 옛날에 프로그램으로 나온게 있는 모양인데 웹캠의 하드웨어적 한계 때문인지 bandwidth 문제인지 현실감이 없다. 모니터 화면에 가득차게 고화질 라이브로 웹캠 영상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아프리카 방송 같은데에서 1:N으로 1000K 스트리밍 하는거 보면 현재 기술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 어쨌든 요즘은 가만히 앉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웹캠으로 검색해보니 세계의 라이브 웹캠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화질이 좋은 것은 많지 않지만 간혹 아래와 같은 멋진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글로 남기는 이 시각, 저 사람들은 이태리 어느 해변에 앉아 선탠을 즐기고 있다. orz...

+++ 다음 링크에서는 샌디에고 오션 비치 호텔의 라이브 웹캠을 30초 동안 내 맘대로 움직여 볼 수 있다. 확대하면 사람 얼굴까지 보인다. 좀 무섭다. http://www.obhotel.com/webcam.html

http://www.abcwebcam.net/ 여기 가보면 세계의 웹캠 링크가 있다. 잘 찾으면 몬테레이 수족관의 상어를 구경할 수도 있다.


그간 라이브 캠이 주로 도로를 많이 비추며 교통정보의 실시간 수집 용도로 주로 활용되어 왔지만, 나는 다른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상 체험의 도구로서.

지금은 별로들 관심이 없지만, 앞으로 이 분야가 웹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금 마이크로블로그가 실시간 관심을 검색에 반영할 수 있는 점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각 로케이션의 실시간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 오늘의 공상 끝! :)

(10/03) + 오늘 더 좋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역시나 아무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놈이 진짜 임자다. http://www.earthtv.com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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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나름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오늘은 취업 팁을 좀 공유하려 한다. 요새 우리같은 벤처기업으로 넘어오는 이력서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면 확실히 취업문이 좁긴 좁은 모양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왠만하면 대기업이 공급을 대부분 소화하기 때문에, 정말 뜻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유능한 졸업 예정자를 바로 수혈 받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벤처기업이다.

어쨌든 오늘도 이력서를 오후 네 시 반부터 봤으니 중간에 식사시간 빼고 대략 세 시간 반쯤 본 것 같다. 약 백 명 조금 더 되는 이력서를 봤으니 1인당 평균 2분 6초씩 본 것이다.

우리는 그나마 대표가 직접 이력서를 검토해 실무 면접으로 보내지만, 대기업은 지원자의 규모도 수십, 수백배에 달하니 인사팀이 따로 있는걸 감안해도 2분 6초 보다 오히려 더 적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력서를 읽을 상대를 '확 어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분 6초가 평균값이란 말이지 그 중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20초만에 넘겨버린 것도, 아주 훌륭해 5분 넘게 차근히 읽어본 것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는 '확 어필하는' 이력서의 팁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제목부터 제대로 써라.

간혹 보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일단 제목부터 명확하게 지원분야와 이름, 그리고 그 의지를 밝히는게 눈에 튄다. 예를 들어 '[웹디자인] 표철민입니다.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와 같이 말이다.

2. 메일 내용을 정성껏 써라.

많은 이들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 첨부해 놓고 정작 메일 내용은 성의 없이 쓴다. '이력서와 자소서 첨부했습니다. 좋은 인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고 끝이다. 다른 이들이 보다 더 상세하게 메일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려고 노력하므로 짧은 메일은 상대적으로 성의 없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할 말이 없어도 최대한 예의 있고 정성 들여 5줄~10줄 내외의 내용을 적으면 첨부파일을 아무래도 더 제대로 읽어보게 된다.

3. 이력서의 디테일에 신경 써라.

학력이나 경력 등 이력 자체는 이미 내 삶의 궤적을 통해 다 정해져 있다. 그러니 나를 돋보이게 하려면 이력서의 형식과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회사 이름이 '위자드웍스'인지 '위자드 웍스' 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나같은 꼼꼼한 사람에게는 굉장한 차이다. 특히 입사해 글을 써야 하는 문과쪽 사람들에게 디테일은 생명이다. 스페이스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안 띄어져 있는 경우나 띄지 말아야 하는 곳에 괜히 띄어놓은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가 두 번 띄어져 있는-센스없는 사람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다시금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가급적 심미적이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의 상하좌우 여백을 확실히 주어 비좁아 보이지 않게 하고, 폰트도 요새 왠만한 직장은 다들 오피스2007을 사용할테니 궁서나 명조보다 맑은 고딕을 선택해 깔끔함을 더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곳에 색깔을 많이 쓰지 말고, 폰트 사이즈는 9~11 사이로 모든 내용을 처리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디테일 오류의 또 다른 황당한 예가 다 잘 적어 놓고 마지막에 엉뚱한 회사 이름을 부르며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는 경우다.

4. 인상좋은 사진을 써라.

지원서들을 보면 사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서에서 사진은 외모를 강조하려고 붙이는게 아니다. '인상'을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다. 파란색이나 검정 계열의 배경색을 피하고 지원자의 얼굴과 배경, 옷이 모두 밝은 분위기를 띄게 하는게 좋다. 가급적 편한 인상이 강조되도록 애써라.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진은 이력서 사진에 이를 드러내 보이며 호탕하게 웃어보인 사진이었다. 내 인상이 날카롭다 생각되는 사람들은 차라리 환하게 웃어라.

5. 자소서의 앞뒤 논리

간혹 자기소개서를 보면 앞뒤 논리가 전혀 안맞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어릴적에 굉장히 소심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라는 내용을 예로 든다면 이는 무슨 소린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지원자의 의도는 '어려서 그랬는데 그걸 극복하려고 중간에 블라블라를 해서 이리 되었다.' 일텐데 그 과정의 디테일을 빼먹고 바로 결과로 가서 자기 자랑만 강조하다보니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는 글이 된 것이다. 보다 보면 아주 당황스런 자소서가 많다. 또 예를 들어 '대학교 때 동아리 만드는걸 좋아해서 지금 기획자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이 역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건 '무얼 해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인데 많은 이들이 그 중간을 자세히 적지 않고 바로 억지 결론을 도출해 내 자꾸 자기 자신을 분야에 끼워 맞춘다. 차라리 심사관이 내 삶의 과정에 뿅~가게 해서 지원분야를 나에게 끼워 맞춰라.

6. 뻔한 이야기 하지 말라

대부분의 이력서가(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똑같은 이야기, 이를테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무개', '시켜만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소구를 시도한다. 본인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이력서가 수백 장이다. 채용담당자는 화려한 멘트에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소서 첫 문장에 대뜸 '저를 입사시키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고 충격을 주고는 참신한 이야기로 썰을 풀어가는게 훨씬 담당자를 감동시킨다. 제발 뻔한 이야기 하지 말자. 그 이야기의 또 하나 유형이 바로 '19XX년 어디서 태어난 저는 몇남 몇녀의 가정에서' 시리즈다. 불과 2분 6초의 시간, 그 중 자료 다운 받고 넘기고 하는 시간 다 빼면 자소서를 실제로 읽는 시간은 불과 30초 이내다. 그 안에 당락을 결정짓는데 지금 19XX년 어디서 태어나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고 이런 이야기가 상대에게 중요한가? 회사가 궁금한건 지원자의 '현재(지금 지원자가 갖춘 것)' '능력(어떤걸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만 집중해서 어필하라.

7. 회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

회사의 고객도 아니고 일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지원서만 여기저기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당연히 그 여기저기서 모두 불합격이다. 그럼 취업시장이 어떻느니 경기가 어떻느니 또 남 핑계를 대게 된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들어갈 사람은 어떻게든 들어간다. 경기를 이야기하며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 패턴을 잘 뜯어 보고 송두리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이력서 이쁘게 다시 만들고 사진 웃으며 찍고 회사에 대해 진짜 열심히 조사해 달달 외우고 메일 정성껏 써봐라. 스펙이 모자라면 그걸 비관하고 있는 사이에 차라리 내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구구절절히, 그러나 논리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다시 써봐라. 학점이 모자라면 차라리 '내가 그동안 사회 경험은 누구보다 제대로 했소이다' 하고 뻔뻔해져보라. 그럼 반드시 전에는 없던 답장을 받게 될 것이다.

8. 나만 가진 1%를 강조하라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는 일단 비슷하다. 같은 전공을 했고 요즘은 왠만하면 토익은 다들 800대 후반에 공모전 한 두 개는 상을 타봤다. 대부분 6개월쯤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몇 번의 해외여행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봉사나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시절엔 동아리 임원을 하며 간접적으로 사회경험을 쌓았다. 어딘가에서 인턴도 한 두 달 해봤다. 이렇게 다들 똑같다보니 2분 6초 동안 상대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1%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놈을 확실히 강조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요가 동아리를 창단해 회원을 50명까지 모았다거나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제를 개최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보다는 자꾸 학점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실적 등 '재미없는' 내용들만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나는 이런 1%의 '확실한 차이'가 결과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고 확신한다. 학점이 3.1인 사람과 3.8인 사람이 '확실한 차이'를 가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포영화 동아리는 나만 해봤다. 그러니 분명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쉽게 치부하고 넘어간 나만 가진 1%를 잘 찾아 강조하라.

9. 겸손하게 자랑하라

너무 겸손하기만한 사람은 진짜 그냥 자신이 없나보다 싶고 또 너무 자랑만 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많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상을 받았다'거나 '장학금을 타서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학과 1등으로 최우등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식으로 겸손하게 할 말 다할 수 있으면 좋다. 특히,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무엇이든지 다른 장점을 찾아 이렇듯 겸손하나 자신있게 강조해 나가면 좋은 지원서가 되리라고 믿는다.

10. 마치며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봐 첨언하자면 여기서 다룬 모든 사례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가 모두 조금씩 바꿨다. 즉 위의 사례에 등장한 공포영화 동아리를 만든 사람은 최소한 오늘 내가 본 지원자 중에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것들은 여러모로 잘하고 있는데 약간의 디테일 또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결코 절대적인게 아니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지원하는 회사마다의 스타일을 파악해 센스있게 'fit'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어차피 여기서 말한 디테일들이 대개 표현과 형식에 대한 문제들이지 지원자의 실력 수준이나 취업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성격 등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건 '당연히' 갖추고 있다는 전제로 형식의 디테일을 강조해 보았다.

나중에 누군가 필요해서 요청해 주면 그런 본질적인 부분들도 한 번 다뤄보도록 하자. 그럼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넘쳐나기를! :)

- 위자드웍스 표철민 (http://mrpyo.com)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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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학생들이 방문해 견학이나 창업에 관한 질문을 하고 가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수능을 고작 80여일 남긴 고3학생이 방문했다. 그 친구도 창업을 하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알음알음 멤버들도 모아 동아리 형태의 그룹까지 만들었는데 애석하게도 주어진 발표시간 동안 정확히 뭘 하고 싶은건지 조금도 소개하지 못했다. '사업'이란걸 하기 위해 일단은 좋은 멤버들이 모였고 아이템은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아직 자신들이 동아리인지 회사인지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고 무얼하려고 모인 그룹(?)-그들은 자신을 그룹이라 표현했다-인지도 분명히 정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화가 바짝 나서 한참 혼을 냈는데 대화 말미에 그래도 그 그룹의 대표라는 친구는 자신이 수능 준비할 시간을 좀 손해봤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목적과 계획을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그 친구도 이 블로그를 볼텐데, 내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설플 때 TNC의 노정석 대표님이 추천해 준 Guy Kawasaki의 <The Art of the Start>(역서: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를 정독해 보기를 강하게 희망한다. 특히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성경구절과도 같은 1장.

직접 얘기해주면 될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의 굴욕(?)을 잘 기억해 6년 뒤에는 이유없이 혼낸 선배를 뛰어넘을 것. 둘째, 여전히 조직의 구성 목적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이들이 '자신있게' 리더 완장을 차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6년 뒤, 10년 뒤는 굉장할 것이다.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으니. 그렇담 둘째 사유에 해당하는 이들은 긴장을 좀 해야하지 않겠는가.

(제목 짓다 생각해보니 혹여나 내 진심같지 않게 학생이 진짜로 상처받았을까 걱정이다. 학생, 귀하는 용감했다. 화이팅!)

Posted by 미스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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